공일공 사팔삼땡 이일구땡. 아침부터 전화가 단잠을 깨웠다.
"안녕하세요. 우체국인데요. 고객님 어디세요?"
다짜고짜 어디냐고 묻는 바람에 말문이 막혔다. 덕분에 잠이 다 달아났다. 저 지금 집인데요, 라고 대답하려다 그건 상대방이 원하는 대답이 아닌 것 같아 그만두었다.
"고객님 앞으로 이엠에스가 왔는데요."
"네? 제 앞으로요?"
그럴 일이 없었다. 이엠에스(EMS)라면 국제 우편인데 그런 걸 받을 일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거 미국에서 보낸 건데. 혹시 박땡땡님 아니세요?"
"저 서민잰데요."
그렇게 통화가 끝났다. 수화기 너머의 바쁨이 느껴졌다. 다시 이불을 덮고 누웠다.
잘못된 번호가 적힌 이엠에스는 잘 배달될 수 있을까. 그 아인 수신자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그 안엔 어떤 안부가 들어있을까.
이불은 포근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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