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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재 Jun 09. 2021

운전자는 멀미를 하지 않는다

오늘따라 멀미가 심하다

어제도 그랬다. 피할 수 없었다. 아직 보수되지 않은 저 깨진 도로를 지나야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덜컹. 머리통을 잡아 흔드는 것과 같은 큰 흔들림이었다. 덜컹. 얼마간의 진동이 계속되었다. 집에 도착했지만 조수석에 앉은 나는 심한 멀미를 느꼈다.


다음날은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같은 길을 나섰다. 덜컹. 똑같은 흔들림을 겪었지만 멀미는 없었다. 덜컹. 여전히 도로는 깨져있었다.




운전자는 대게 멀미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운전자도 조수석에서는 멀미를 느끼곤 한다. 참 이상하다. 차 안이라는 동일한 공간, 비슷한 상황에서 운전자와 동승자는 왜 다른 감각을 경험하는 걸까? 운전자와 동승자는 분명 동일한 시각과 평형감각을 경험할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 상황에 대한 '통제권'이 있느냐 없느냐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전방을 응시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상황에 맞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렇게 운전자는 가속, 감속, 흔들림 등 닥쳐올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예상하고 통제한다. 그러나 조수석에 앉은 이는 그러지 못한다.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다.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두 눈을 아무리 부릅뜨고 있더라도 동승자는 운전자 수준의 통제권을 가지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삶에서 심한 멀미와 환멸을 느끼고 있다면 스스로의 삶에 대해 얼마나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각과 감각의 괴리 때문에 멀미가 생기는 것처럼,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당신을 어지럽게 하는지도 모른다.




국내 최초로 '단독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를 성공한 김승진 선장은 원래 다큐멘터리 PD였다. 누가 봐도 괜찮고 안락한 삶을 살아가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한다.


행복하지 않다.

(출처=jtbc)


그는 불혹이 되어서야 자신이 모험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30대까지 알지 못하던 자신의 모습. 40대가 되어서야 찾은 자신의 모습. 그리고 14년의 준비 끝에 50대에 출항한다. 그리고 태풍과 파도, 별빛과 외로움을 지나 209일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성공한다.


그라고 두렵지 않았을까. 도전이라는 불확실성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이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 용기라는 건 바로 (키보드의) 실행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행키를 눌러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혹은 원하는 것들을 실행할 때 (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진 선장


(출처=jtbc)




집을 팔아 요트의 키를 잡은 김승진 선장과 같이, 나도  삶의 운전대를 잡고 싶다. 세차게 흔들리고 부딪치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 직접 브레이크를 밝고 악셀을 밟으며  삶의 성을 회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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