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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 Sep 11. 2019

심심한 외국 생활.

혼자서도 잘먹고 잘사는 방법 탐구하기

외국에만 나오면 그럴 줄 알았다. 외국인 친구들과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일할 땐 일에 열중하고, 저녁엔 액티브한 활동을 즐기며. 일하는 중간 중간 커피 브레이크를 가지며 쿨한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살 줄 알았던 내가. 


참 심심하게 산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일하다가 커피는 대충 후루룩 마시고. 저녁엔 쉬느라 바쁘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심심해한다. 그리고 심심한 나를 속으로 조금은 미워한다.


글쎄, 사실은 가장 큰 벽은 나였음을 여실히 깨닫고 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면이기에 더 탐나 보이는 것일까. 내가 상상하던 그런 쿨한 외국 생활은 사실 내가 그런 사람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하지 않던 사교적인 모임을 외국이라고 갑자기 나가게 될 리가 없다. 내 성격에 잘 모르는 사람들과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건 아주 고역이다.


그래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본 것 같다. 관심사를 애써 만들어 모임에도 나가보고. 누구 생일파티다 집들이다 하면 최대한 출석했다. 그러고는 두배로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고민했다. 재밌자고 하는 건데, 왜 재미를 느끼질 못하니. 도대체 뭐가 문제니. 나의 성격을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회의감이 든다. 극복이라니! 내 성격은 타고난 건데, 난 왜 성격을 극복하려고 하는 거지.

왜 굳이 이렇게 안 맞는 옷을 입으려고 하는 걸까! 재미가 없으면, 없는 대로 살고 싶다! 그리고 한국에 나도 가족들 친구들 다 있는데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거지, 회의감의 연속.


이렇게 반복하다 보니 조금은 깨달은 것 같기도 하고. 외국에서 혼자 동떨어져 산다는 게 그런 것 같다. 내 개성이 더 뚜렷해진다. 옆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동조할 만한 사람들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나는 운동도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친구들을 만나면 그것으로 족하다. 평일 저녁에 뭔가를 계획하면 다음날이 매우 힘들다. 나에겐 일을 하는 것도 일종의 사교 활동이다.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는 나의 모습인 집에서 뒹굴고 약간 멍한 시간을 보내는 것. 사실 나 스스로는 굉장히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다고 혼자라고 징징대며 돌아다니는 나이기에. 요즘 내게 필요한 건 성격 극복이 아니라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인 것 같다. 


먼저, 혼자서도 편안하게 잘 놀 수 있는 취미가 필수다. 책 보고 글 쓰고, 음악 듣기. 카페 가고 산책하기.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것저것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시간을 채우기. 


그리고 (한국에 있는) 집이 그립다고 징징거리지 말고, 지금 사는 집을 편안하게 꾸미기. 내 마음이 쉴 수 있고, 내가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그리고 너무 고립되지 않도록 생존신고는 하고 살 가까운 친구들 몇 명 있으면. 그걸로 된 것 같다. 


그리고 이왕 뭘 한다면 좋은 사람들과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기. 억지로 뭘 하려고 하지 말자. 잘 살아보겠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별것도 아닌 걸로 채찍질하지 말자! 


적고 보니, 그저 나의 만성적인 게으름 같기도 하다. 이렇게 나이 드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뭐해먹고살지만 고민하다보니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비교적 적게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뒤늦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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