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공부 앞에서 쿨하고 싶은 엄마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는 의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초등학교가 아이의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일 텐데요.
내 아이의 초등 공부에 있어서 엄마들 마음이 당장 '우리 00이 1등 해야지!' 뭐 이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우리 아이가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면 좋겠다' 정도의 마음.
이런 관점에서 아이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 그중에서도 한글에 대한 이야기 나눠볼게요.
예비 초등 엄마들이 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가장 먼저 하는 공부 고민은 한글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초등 입학을 목전에 둔 제 친구도 전화에 대고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00이 때문에 답답해 죽겠어. 글자를 아직 못 써! 한글 완전히 마스터하고 가야 하나? 어쩌지?"
속사포 같은 질문을 쏟아내는 친구를 진정시키고 제가 한 대답은 이거예요.
"받침 있는 한글을 더듬더듬 읽을 정도 이상의 수준이면 좋겠어."
저희 아이 담임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은, 경력이 좀 있으신 분이에요.
아이가 제게 자주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라고 이야기하죠.
그만큼 믿을 만한 분인데요.
1학년 2학기 개학을 하자마자 국어 숙제 두 가지를 내주셨어요.
1. 부모님 앞에서 국어 교과서에 있는 긴 글을 소리 내어 읽고 사인받아오기
2. 겹받침이 있는 글자를 맞게 발음하고 학습지에 쓴 후 부모님 사인받아오기
이전까지 담임 선생님께서 부모님 확인을 받아오는 숙제를 내신 적이 없었거든요.
아마도 담임 선생님의 의도는 이것이었던 것 같아요.
"1학년 2학기에는 아이가 이 정도의 긴 글을 자연스럽게 읽고, 겹받침이 있는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댁의 자녀가 한글 읽기와 쓰기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하세요."
쉽게 말해,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관점에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한글을 자연스럽게 읽어야 하는 데드라인이 1학년 2학기임을 인지시킨 거죠.
데드라인은 1학년 2학기지만 저는 3가지 이유로 아이가 입학 전 한글 읽기가 가능하면 좋겠어요.
하나. 한글 마스터 하기가 수업 시간만으로는 부족해요.
모든 교과목이 학교 수업 시간만으로 성취가 다 될 수가 없어요.
공부라는 것 자체가 아이들마다 성향과 능력이 다르다 보니 수업 시간만으로는 안되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해요.
학교의 수업 시간은 어쩌면 학습의 가이드라인에 가깝습니다.
지금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성취 수준을 알려주는 거죠.
학창 시절 수학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수업 시간에 배웠다고 다 풀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았나요?
아이의 한글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1학년 1학기 국어 및 한글 수업 시간이 보통의 아이가 한글을 떼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닙니다.
아이 스스로 익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입학 전 미리 한글 예습이 되면 수업 시간 한글 습득이 좀 더 빨라질 수 있답니다.
둘. 한글을 읽을 줄 알면 타교과의 학습이 빠릅니다.
한글은 1학년 1학기 국어 시간에 배워요.
문제는 그것과 동시에 1학기에 '안전한 학교생활', '수학'과 같은 타교과의 학습이 병행된다는 데 있어요.
국어 외 다른 과목의 교과서들도 모두 한글로 쓰여 있어요.
한글을 읽을 수 있는 게 타교과 학습에도 훨씬 도움이 됩니다.
특히 요즘은 수학이 연산보다 문제 해석이 더 힘든 시대잖아요.
저학년은 사고력 수학이 별게 아니더라고요.
아이의 사고력 수학 실력은 글자로 된 문제를 얼마나 잘 읽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답니다.
셋. 아이의 자존감 문제입니다.
사실 한글을 익히는 방법은 예습도 있지만 복습도 있지요.
1학년 1학기 한글 수업과 병행해 복습 시간을 충분히 가지며 한글을 익혀도 됩니다.
1학년 교과서는 글자가 최소화되어 있어 한글을 몰라도 그림 보고, 선생님 말씀 경청하면 수업 충분히 따라갈 수 있거든요.
문제는 요즘 한글을 떼고 입학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는 거죠.
한글을 유려하게 읽고 쓰는 아이에서부터 더듬더듬 읽는 아이까지.
수준차는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글을 더듬더듬 읽을 정도는 되는 수준으로 1학년이 되어요.
저희 아이도 학기 초 학급 친구 28명 중에 1~2명만 한글을 못 읽는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는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아이들의 수준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글을 읽는데 나는 못 읽는다는 것을 인지한 아이들은 아이 성향에 따라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답니다.
'아이 한글 떼기' 분명 아이의 과제인데 엄마의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아주 보통의 아이인 저희 집 아이가 한글을 뗀 과정을 돌이켜 보면 왕도는 없어요.
그냥 많이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처음엔 빨리 떼 보려고 조바심을 냈는데 저희 아이는 학습이 느린 아이더라고요.
욕심을 버리고 하루에 한글 학습지 2 바닥씩, 글자 놀이 하루에 한 번 꾸준히 하니까 어느새 7살 생일이 지날 즈음 더듬더듬 한글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학습이 느린 편이라 개인적으로 아이와 이동할 때, 병원 대기할 때 끝말잇기를 참 많이 했어요. 그게 아이 어휘력 늘리고 한글을 읽고 하는 데 도움이 참 많이 된 것 같아요.
지금 한글 학습에 열을 올리고 계신 엄마들,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