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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배우는 4가지 삶의 원칙> 1편 : https://brunch.co.kr/@bang1999/48
<헬스장에서 배우는 4가지 삶의 원칙> 2편 : https://brunch.co.kr/@bang1999/49
초창기 헬스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매일 매일 땀을 흘리며 체중이 조금씩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보니 몸도 흐믓, 마음도 흐믓해졌다. 운동을 시작하고 2주만인가 2~3Kg가 훌쩍 빠져 버렸다. 얼굴도 각이 좀 살아 나는 것 같았고, 뱃살도 조금씩 빠지는 듯 해 보였다. ‘아, 이것이 바로 운동의 효과구나!’ 하는 만족감이 머리서부터 시작하여 온 몸으로 짜르르 퍼져 나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살이 잘 빠지지 않았다. 약 3Kg 정도 체중이 빠지고 나서, 수치는 요지불변 움직이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할 때 운동의 양이 부족한가 싶었다. 그래서 운동의 강도를 좀 더 높이기로 마음 먹었다. 평소 30분 정도 뛰던 런닝을 40분으로 올리고 속도 또한 10 에서 12, 어떤 때는 13까지 올렸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달렸다. 땀이 비오듯 나는 것은 당연지사, 숨은 목 끝까지 턱턱 차올랐다. ‘그래, 이게 운동의 묘미인거야. 더 열심히 해서 끝장을 봐야돼!’ 난 무모함에 도전하고 있었다.
항상 지나친 과욕은 어디에서든 말썽을 불러 일으키는가 보다. 당시 나는 몸이 고통스럽다고 보내는 많은 신호들을 무시하고 있었음을 나중에 알 수 있었다. 훨씬 강도가 높아진 운동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난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운동을 하려는데 발목과 무릎에 웬지 시큰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운동에 대한 욕심에 약간의 준비운동만 한 후 다시 런닝 머신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를 올렸다. 본격적으로 전력질주와 같은 마라톤을 시작했다. 런닝머신의 ‘윙윙윙’ 소리의 톤이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나의 근육들도 최고조의 긴장상태로 맞추어졌다. 숨이 가빠지고 온 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며 중력에 의해 아래로 아래로 빠르게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발목이 삐끗했다. 짜릿거리는 고통이 발목에서부터 시작하여 머리까지 순식간에 전달되었다. 난 거의 쓰러지다시피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발목 복숭아 뼈 아래로부터 시작하여 뒤꿈치까지 손 대기 어려울 정도로 아팠다. 다행히 걸을 수는 있었지만 쩔뚝 댈 수 밖에 없었다. 헬스장에서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이 쳐다보았지만 난 웬지모를 창피함에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운동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발목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자에게 운동이란 머나먼 나라의 전설 이야기와도 같았다.
병원을 찾아 갔다. 의사는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 했다. 내가 다친 부위는 보통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이 과욕을 부리다가 흔히 다치는 곳으로, 일종의 근육이 심하게 놀란 것이므로 별 치료없이 한동안 잘 쉬면 낫는 다고 했다. 정말 창피했고 내 자신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과욕을 부리다가 다친 꼴이란. 마치 맛있는 뼈다귀를 물고 가던 강아지가 개울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상대방(물에 비친 자신)의 뼈다귀를 빼앗으려고 ‘멍멍’ 짖다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뼈다귀 마저 개울물에 빠뜨려 버린 꼴 아닌가!
난 그 이후로 무려 한달 동안 운동을 할 수 없었다. 쩔뚝 대며 무슨 운동을 하겠는가. 하지만 한가지 깊이 깨달은 것이 있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진행 절차가 있는 법. 급하게 먹는 떡에는 반드시 체하는 법. 바늘 허리는 절대 메어 쓰지 못하는 법. 차근차근 조금씩 조금씩 나아갈 때 그래서 스스로 완전히 소화시킬 수 있을 때만이 비로소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중을 빼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 짧은 시간동안 승부를 보려 한다면 필히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굶거나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뺀다 하더라도 문제는 결국 요요현상(yo-yo effect)이다. 세상에서 단번에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가을 따사로운 햇살 사이를 한가로이 날아 다니는 잠자리를 손으로 잡아 본 적이 있는가. 잠자리를 잡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주 조심스러운 접근’이다. 어린 아이들이 잠자리를 쉽게 잡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나 조심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리없이 숨도 죽이며 접근해서 잠자리 날개 밑으로 손가락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기를 모으고 재빨리 손가락을 움켜 쥐어야 한다. 그러면 손가락 안에서 날개짓을 하고 있는 잠자리를 볼 수 있다.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면 먼저 빠지는 것이 얼굴살이다.(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랬다. 누군가는 팔만 얇아진다는 사람도...) 그리고 뱃살의 경우 가운데가 아닌 옆구리와 복부 가운데 사이부터 조금씩 빠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나서 옆구리 살이 조금씩 빠져 나간다. 우리가 제일 빼고 싶어하는 가운데 복부살은 웬만한 살이 다 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씩 빠지기 시작한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지 않은 채 가운데 복부부터 빼보겠다고 아무리 해 보았자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필히 순차적 코스를 하나 하나 정복하는 자에게만 그 도전을 허용하는 것이 바로 뱃살 대마왕!!! 인 것이다. ^^; 그러니 절대 욕심부리지 마라. 과욕일 뿐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모든 일에는 순리(順理)가 있는 법이다.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전진해 나아가야만 한다.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또한 쉬이 이루어 지는 것은 쉬이 손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삶은 가을 바람에도 쉬이 흔들거리는 갈대의 삶이 아니다. 어떤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고 굳건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늘 푸른 소나무의 삶인 것이다. 굳건한 자리지킴을 위해서는 또한 굳건하게 대지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 뿌리는 하루이틀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밑으로 밑으로 내려 강력하게 흙과 섞이어 그 빈틈없는 조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뿌리는 소리없이 강하다. 그 강함은 시간 속에 만들어진 것이다. 고로 뿌리는 시간의 산물이다. 우리 또한 이 대지에 흔들림없이 서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 속에 자신의 뿌리를 내려라. 결코 흔들림을 허용치 않는 단단함으로 자신의 목표에 시간의 뿌리를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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