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다른 시선(4) - 영화 <트루먼 쇼>
우리 간단한 말놀이 한번 해볼까요? ‘쇼’가 들어가는 영화, 노래, 프로그램 등의 이름을 말해보기로 말이죠. 자, 제가 먼저 생각나는대로 적어볼게요.
서커스단의 애환을 그린 꽤 오래된 영화 <지상 최대의 쇼>(1955년)가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뮤지컬을 영화한 한 컬트무비 <록키 호러 픽쳐쇼>(1975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울버린으로 유명한 휴 잭맨이 열연한 영화 <위대한 쇼맨>(2017년)에도 역시 ‘쇼’가 들어가죠? 음악으로 넘어가면 90년대 활동했던 인기가수 김원준의 <쇼>(제가 좋아하는 노래라는 건 비밀...)가 있네요. 방송으로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쇼! 음악중심>과 2012년부터 시작된 대표적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 미더 머니>에도 역시나 ‘쇼’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쇼란 ‘춤과 노래 따위를 엮어 무대에 올리는 오락(물)’을 말하는데, 더 넓게 정의하자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행위나 프로그램 등'을 쇼라 말할 수 있어요. 이때 중요한 것은 쇼에는 반드시 '타인의 관심을 끌어'야 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쇼를 관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황리에 마감되었다, 혹은 성공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성공했다는 개념은 예상했던 인원 혹은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시청이나 관람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혹은 추가적인 광고 수익을 통해 충분한 경제적 결과를 얻었다,란 의미라 할 것입니다. 즉 쇼라는 것에는 거의 대부분 경제 논리가 포함되어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이야기 나눌 영화 <트루먼 쇼>에도 역시 쇼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는데요, 트루먼이란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쇼라는 것을 의미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이 쇼 역시 경제적 논리가 포함된 것임을 영화 전반에 걸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번 살펴 볼까요? 일단 트루먼 쇼의 PD로 등장하는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 분)에 의하면 이 쇼는 무려 220개국의 17억 인구가 시청하고 있으며, 5,000대의 카메라가 동원되었다고 하죠. 게다가 방영된지 1만일을 넘겼는데, 이를 연으로 환산하면 무려 30년이 넘는 대단한 기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광고를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방송 전후 혹은 중간에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직접적 광고수익이 있고, 다른 하나는 방송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삽입함으로써 시청자들이 광고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스리슬쩍(혹은 대놓고) 진행하는 간접적 광고수익이 있죠. 후자의 경우를 우린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이라 부르는데, 영화 <트루먼 쇼>에는 이 PPL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쓰여지고 있습니다. 광고없이 24시간 방영되는 프로인만큼 등장하는 모든 상품(옷, 음식, 가정용품 등)이 PPL로 등장할 뿐 아니라 소개되는 모든 제품은 ‘트루먼 카탈로그’에서 언제든 구입이 가능하죠. 마치 홈쇼핑 리스트처럼 말이죠. 한마디로 트루먼 쇼는 PPL의 종합세트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재미삼아 영화 중 어디에서 PPL이 등장하는지 한번 찾아볼까요? 우리의 주인공 트루먼은 종종 잔디깍는 기계를 활용해 집앞 마당의 잔디정리를 하는데요, 아내는 트루먼에게 지금 쓰고 있는 모델이 구형이며 새로운 모델(엘크 로터리)의 성능이 훨씬 좋다고 강조합니다. 그후 아니나다를까 신형 모델을 사용하는 트루먼이 등장하는데, 친철하게도 로고까지 아주 자세히 보여주고 있죠. 또한 트루먼이 출근할 때마다 마주치는 쌍둥이 할아버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트루먼이 내심 노리고 있는 보험 잠재고객인데, 이들과 대화할 때마다 쌍둥이 할아버지들은 트루먼이 서있는 뒤쪽에 위치한 벽면 광고(카이저 치킨, 칼튼–좋은 연립주택)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죠. 그리고 트루먼의 절친인 말론은 등장할 때마다 꼭 맥주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맥주 맛이 정말 좋다며 매번 트루먼에게 마셔볼 것을 종용하죠.
PPL의 백미는 바로 이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 후반부 트루먼은 자신의 모든 주변 환경을 의심하며 아내와 다투게 됩니다. 하지만 아내는 이 회차에 PPL을 내보내도록 미리 각본이 짜여져 있었죠. 그리고 이런 대화가 오고 갑니다.
- 아내 : “모코코아 한잔 타 드려요? 니카라과 산 상부에서 재배한 천연 코코아 씨로 만들었고 인공 감미료도 안 넣었어요.”
- 트루먼 : ”무슨 헛소리야? 누구한테 하는 소리지?“
- 아내 : ”다른 코코아도 먹어봤지만 이게 최고에요, 모코코아.”
기가 막히죠? 감정이 극을 달리는 순간에 코코아 이야기라니! 이 말을 듣고 더 화가 난 트루먼이 당신도 한패 아니냐며 다그치자 아내는 저항합니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트루먼의 친구 말론이 등장하자 아내는 그의 품에 안기며 이렇게 절규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나더러 뭘 어쩌란 말예요? 일이고 뭐고 못해먹겠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트루먼은 진실을 알아채고 이 가짜 세상에서 탈출하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PD인 크리스토프는 자신이 트루먼에게 특별한 삶을 살게 해 준 장본인이며, 역겨운 진짜 세상에서 사는 것보다 오히려 이 곳(씨 헤이븐)에서 지내는 것이 트루먼 자신의 삶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 강조하죠. 하지만 트루먼은 미지의 진실을 향해 나서게 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마지막 장면만 보면 멋진 엔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으로 영화를 보는 제 시각에서는 뭔가 모를 응어리가 좀 남네요. 과연 트루먼이 우리가 사는 진실의 세계로 들어와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시작해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만들어가며 살 수 있을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연 트루먼이 이 힘든 진짜 세상에서 홀홀단신으로 경제적 독립을 이뤄낼 수 있을지 말이죠. 모두가 알다시피 현실의 삶은 허구의 세상보다 훨씬 더 퍽퍽하고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영화는 끝났고, 그저 트루먼이 이 현실 세상에서 잘 살아가기만을 바래야겠죠.
트루먼씨, 건투를 빕니다!
※ 이 글은 2022년에 출간될 책 <같은 영화 다른 시선(가제)>의 초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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