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탁구에 빠지다
시작한 지도 벌써 3년 차가 되었네요. 2022년 1월에 시작하여 지금 2024년이 되었으니 2년 2개월 정도 기간이 경과되었는데 어찌 보면 개인적으로 꽤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왜냐고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루 중 너무 많은 시간을 탁구에 쏟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죠. 중독된 것 같아요. 물론 나쁜 의미의 중독은 아니지만 말이죠.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탁구클럽은 월 단위로 등록하는데, 오전반/오후반/저녁반/주말반/종일반 이런 식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물론 시간대에 따라 다르고 이용요금 또한 조금씩 상이하죠. 저 같은 경우 오전반에 속해 있는데, 평일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최대 4시간 30분 정도를 칠 수 있습니다. 한 달 등록비는 5만 원인데, 3개월치를 한꺼번에 등록하면 1만 원 할인해 줍니다. 즉 14만 원을 입금하면 3개월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거죠.
생각해 보면 한 달 5만 원에 주말을 제외한 매일 하루 4시간 30분 정도를 보낼 곳이 있는 겁니다. 직장인은 아니지만 마치 직장처럼 출근할 곳이 있는 셈이죠. 또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는 곳이니 당연히 건강도 챙길 수 있고요. 게다가 헬스처럼 자기와의 싸움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게임을 하며 즐길 수 있으니 당연지사 재미있을 수밖에 없겠죠? 이를 입증하듯 탁구장에 가보면 항상 시끌벅적합니다. 탁구대와 탁구채에서 울려 퍼지는 탁구공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왁자지껄 마치 전통시장에 온 것 마냥 시끄러운데, 이 또한 탁구장의 정겨운 모습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탁구장에 오는 많은 사람들(모든 탁구장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을 보며 개인적으로 탁구장을 하나 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어요. 큰돈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월 일정 수준의 소득을 벌 수 있고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좋아하는 탁구도 마음껏 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아닐까, 하는 그런 단순한 생각에서였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접었습니다. 제 지인 중에 탁구장이 아닌, 당구장을 하셨던 분이 있습니다. 그분 또한 워낙 당구를 좋아하다 보니 당구장까지 오픈하게 된 거죠. 처음엔 손님도 많고 해서 수입도 짭짤했답니다. 하지만 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당구장을 접고 말았는데, 그 이유가 꽤나 의외였습니다. 바로 당구공끼리 부딪힐 때 나는 ‘딱! 딱!’하는 소리에 노이로제까지 걸리고 말았다는 겁니다. 하루 종일 그 소리를 듣고 있다 보니 머리가 울리고, 결국은 잠을 자면서도 그 소리가 잔영처럼 남아 견디기 힘들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여전히 당구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탁구장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사실 탁구장 관장님들 정말 대단하다 생각해요. 막상 탁구를 치는 사람들이야 즐겁고 재밌어 왁자지껄 떠들고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거지만, 사업으로 탁구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탁구공 울리는 소리며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다 소음일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그게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굳이?’ 그걸 견디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네요. 그래서 깨끗하게 단념했습니다. 열심히 탁구만 치러 다니기로 말이죠!
탁구 예절(에티켓, Etiquette)이란 것이 있습니다. 당연하겠죠? 사람들이 어울리는 공간이니 말이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탁구장에 사람이 많아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경우 나 몰라라 오랫동안 탁구대를 붙들고 있으면 안 되겠죠? 적당히 상황을 봐서 양보하는 미덕도 필요할 겁니다. 아래 그림은 탁구장에서 지켜야 할 36가지 탁구예절인데요, 꽤나 재미있는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이 볼까요?
이중 몇 가지만 살펴보죠.
요거 사실 어렵습니다. 탁구공이 떨어지게 되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공을 줍는 것이 일반적인데, 공이 튀어 멀리 주우러 가게 될 때 반대편의 사람들은 그냥 쳐다만 보고 기다리는 경우가 일반적이에요. 이때 중간 정도라도 같이 움직여주는 것이, 혹은 최소한 따라가는 시늉이라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고 배려이자 예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배려심이 뛰어난 사람이라 할 수 있어요. 공을 줍는 입장에서도 이런 사람에게는 신뢰와 함께 고마움을 느끼게 되죠.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꽤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예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탁구공을 잘 주으러 가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대 보고 하라는 것이죠. 은근 기분이 나쁩니다. 특히나 파트너가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그래도 그러려니(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많다 해도 그래선 안 되겠죠? 나이로 탁구를 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하겠는데, 어린 친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면 웬만하면 다음부터 같이 치고 싶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탁구장에서는 가능한 한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려 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좋은 행동이자 예절이라 할 수 있어요.
탁구장에서 게임을 하다 보면 유달리 승부욕이 강하신 분들이 있습니다. 내기가 걸리거나 한 것도 아닌데 지는 것을 마치 병적(?)으로 싫어하죠. 그러다 보니 간혹 감정싸움이 나기도 합니다. 특히나 엣지(Edge, 공이 정상적으로 탁구대에 맞는 것이 아닌 모서리에 맞으며 불규칙적으로 튀는 경우)나 렛(Let, 서비스한 공이 네트나 봉에 맞고 들어가는 경우, 일반적으로 넷(Net)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렛은 인(In) 플레이가 아닌 상황, 즉 노(No) 플레이 상황이라 보면 된다)이 발생하는 경우 특히나 승부에 결정적인 점수가 걸리게 되면 맞다, 아니다 하며 감정이 실린 실랑이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조금 아쉬워도 노 플레이로 간주하고 새로 하면 서로 깔끔할 텐데, 끝까지 자기가 맞다며 우기시는 분들이 가끔 있죠. 그러면 순식간에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또 승부욕이 강할 뿐 아니라 실력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력차를 커버하기 위해 핸디(실력차가 나는 상대와 시합할 때 대등한 경기를 위해 하수에게 선점수를 반영하는 방법)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죠. 특히 복식은 핸디를 적용하기 쉽지 않은데, 파트너 간에도 실력차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게임이 일방적으로 흐를 경우 계속해서 이기게 되면 지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별로인 것이 사실이죠. 사실 어느 누가 연전연패를 하고 싶을까요? 이럴 때는 적당히(티 나지 않게) 져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치고 싶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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