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배동 사모님 Aug 19. 2023

아이에게 크록스를 선물 받은 엄마

11. 이렇게 또 감사함을 배웁니다

초등아들이 여행 내내 물어본다.

엄마 생일날 무슨 선물 받고 싶냐며

귀걸이라고 일관되게 답하는 나 ^^

'엄마 진짜 기대는 하지 마'

알겠다고 대답하고 나면

엄마 생일선물 모 받고 싶냐고 또 물어보는

초등5학년


말하는 입도 고민하는 표정도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며칠이 지나 친구와 다섯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곳에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고 연락을 받았다.

거기 까지 갔어? 

신기하고 귀여워서 잘 먹고 조심히 오라고 답하고

저녁이 되어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하루 친구와 어땠는지

너무 궁금해서 폭풍질문을 했다.


그날 집에 와서 계속 신발장 근처에서 서성이는 아이

내 신발들을 보며 본인이 신어보더니

이거 불편하지 않나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아들이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럽게 쇼핑백을

내게 건넨다

'엄마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모 마음에 안들수도 있지만..

그래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엄마 신고 다니는 크록스가 낡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예전부터 사주고 싶었어

내가 엄마한테 사주고 싶었던 선물이야'

말하며 열어보라고 한다.


크록스를 보는 순간 상상도 못해본 선물이였고

아이의 얘기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는데

활짝 웃으며 너무너무 고맙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사주기만 했던

크록스를 내가 받으니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친구와 떡볶이를 먹으러 간 줄만 알았는데

그곳에 내 선물을 사러 갔던 것이었구나

선물을 사고 나에게 몰래 주려고

친구집에 숨겨놓고 온 아이


같이 간 친구와 함께 초등5학년 남자아이 둘이서

내 발 사이즈며 색상이며 디자인이며 지비츠며

고르느라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그 모습이 선하게 보인다


저금통에서 그동안 모았던 돈을 가지고 갔다고

현금을 내니 직원분이 혹시 엄마한테

선물하는 거냐고 물어보셨다고 한다^^


이렇게 감동적이고 귀한 선물이 있을까

이렇게 예쁜 마음이 있을까

오늘도 나는 아이들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배우는 엄마가 된다.    


새 신발 신고 앞으로 엄마 더 좋은 곳 꽃길만 걸을께:)




크록스를 처음 신고 나갔던 날

지하철역 안에발견했던 


내 마음 같아서 너무 신기해서

얼른 핸드폰 사진에 담았다

 

"나는 네게 주고 있는 줄 알았건만

네가 내게 많은 것을 주고 있었구나     

부모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나를 부모로 만들었구나

참으로 고맙구나"          

*사진출처: 4호선 사당역에서 발견한 2021 시민공모작 전다희 작가님 글 사진촬영+아이에게 선물 받은 소중한 내 크록스

이전 10화 사진 잘 찍어주는 오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