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만난 건
대학교 4학년 1학기 같은 수업. 같은 교실
서로 다른 과였지만
복수전공을 했던 나는 그와 같은 수업을 듣게 된다.
항상 맨 앞에서 혼자 강의를 듣던 나.
항상 맨 뒤에서 친구들과 강의를 듣던 그.
일찍 와서 맨 앞자리에서 강의를 듣던 나는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한 달 정도 지났을까.
강의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고 잠시 나왔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나를 부른 남자가 내 얼굴을 보며 말을 꺼낸다.
본인 핸드폰을 건네며
‘저 같은 강의 듣는 중인데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화장실도 급한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이 복잡하다. 알려줘야 하나 싫다고 해야 하나
앞으로 조별 수업도 있다고 하던데 앙 몰라)
일단 내 번호를 찍어주고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대학교 4년을 다니는 동안 남자친구가 없었다.
특히 학교에서의 연애는 생각도 안 해봤다.
지방대를 다닌 사람들은 알 거다.
집에서 학교를 통학하기도
무지하게 바쁘다는 사실을
잠실역이나 강남역에 가면
스쿨버스가 매일 나를 기다린다.
20대 초반 통학 버스에 내 몸을 맡기고 보낸 시간들이여 (눈물이 앞을 가린다)
최대한 학교를 적게 가려고 아침부터 오후까지
강의를 꽉 채워야 했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신다는
대학생활 동안 나는 학교 앞에서
맥주 한잔을 마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강의가 끝나면 서울로 올라오기 바빴다.
노는 것도 서울 와서 원래 내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날 이후 그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조별 수업도 같은 조가 된다.
학교 복도에서 우연히 만나거나
전화로 어딘지 물어보곤 찾아와서
내 얼굴을 보면 가방에서 준비했던 걸 늘 주었다.
어느 날은 힘내라며 음료수 한 병.
또 어느 날은 덥다며 아이스크림 한 개
초콜릿 등등 참 소소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외모
스타일과는 아주 달랐다.
점점 그의 연락이 부담스러웠던 나는
그에게 연락이 올 때마다 내 베프에게 연락을 했다.
'그 오빠 또 연락 왔어. 나 어디에 있는데 빨리 좀 와줘' 그리고 베프와 같이 있던 척하며
저희 급하게 어디 가야 한다고
그렇게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 없는 나지만
첫눈에 반하는 금사빠 스타일이었던 나였기에
전혀 그와 잘 될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친구를 부르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마음에 없이 연락하는 건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심스럽게 그에게 연락을 한다.
‘개인적으로 연락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이후 얼마나 어색하던지
모를 때는 보이지도 않던 사람이
왜 이렇게 눈앞에 잘 보이는지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지만 모른척하며
세상 어색한 사이가 되고 만다.
그날 이후 그의 연락처는 휴대폰에서 바로 지워졌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났다.
여름이다. 4학년 여름방학
학교에서 친했던 선배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지방 멀리 일주일간 승마를 배우러 가게 된다.
승마 합숙 2-3일이 지났을까
아는 얼굴이 눈앞에 보인다.
(모야 그 오빠잖아 왜 여기 온 거야. 이 멀리까지)
게다가 나랑 같이 승마를 배우러 온 선배와
둘이 인사를 한다.
옆에서 너무 어색해.
아는 사이지만 인사는 하지 못하고 서로 모른 척했다.
그날 저녁 같이 온 선배에게 물어본다.
아까 낮에 인사했던 사람 알아요?
응 학교에서 아는 사이라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는 승마를 배우러 왔던 건 아니고
승마 선생님이 그와 친구사이라서 놀러 온 거라고 한다.
우연인지 인연인지
즐겁게 승마 배우러 온 곳인데
어색한 건 못 참는 나라서
선배에게 그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했다.
오빠 잠깐 나오실 수 있어요?
몇 달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우리
저희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인데
편하게 인사하고 지내요.
그렇게 끊겼던 연락은 다시 시작되었다.
4학년 2학기 여전히 통학 버스에 내 몸을 맡겼던 나.
8월 취업을 해서 학교는 아예 나오지 않았고
대학생에서 더 어른이 되었던 그.
학교에서 만났지만 캠퍼스 커플은 아니었던
우리의 어른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