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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배동 사모님 Jan 30. 2023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는 매력적이다

2. 그 떨림 잊지 않을게요.

그와의 첫 데이트다

종로 내겐 낯선 곳

내 생활권이 아닌 그곳에서 처음 본 영화

처음 같이 먹는 저녁

(생각해 보니 내 인생에서 대부분을 그와 처음 함께했다)


그날 우리는 돈까스를 먹었는데

사실 맛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는 정말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모 먹을까? 물어보면

돈까스. 피자 라고 하니 정말 초등학생 입맛이다.

못 말


그날 강의 중간에 나와서 왜 복도에서

내게 연락처를 물어봤는지 궁금했다.

그동안 물어보지 않았거든

항상 맨 앞자리에 혼자 앉아서

무슨 강의를 그렇게 열심히 듣는지

교수님 강의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고 한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고

그리고 다리가 예뻤다고 했다.

(이 남자 강의는 안 듣고 내 뒷모습만 봤나 보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라떼시절

면바지에 남방이 참 유행이었다

(세상 반듯한 학생의 모습)

나는 반바지나 치마에 남방 또는 카라티를 주로 입고 다녔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후후




그는 지금도 내게 가끔 끄덕녀라고 한다.

얼마 전에둘이 강의를 같이 들었는데

내가 두 시간 내내 끄덕끄덕했다고 한다.

막상 나는 전혀 몰랐다.

주어진 두 시간의 강의를 열심히 집중해서 들었을 뿐이었다. 그가 내게 물어본다. 다 이해해?  

해맑게 웃으며 내 대답은 아니^^ 오빠



누군가의 강의를 듣거나 사람들과 얘기할 때

눈을 마주 보고 공감하는 게 대화의 예의고

둘의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지금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이렇게 온라인 시대에도 여전히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좋아하는 옛날 사람이다.

비대면보다는 대면을 좋아하는 사람.

하나의 일을 할 때는 그 하나만 해야 하는

멀티가 안 되는 사람

바로 나다.      




첫 데이트 내내 나를 보는 그의 눈빛이 하트다

나는 떨림도 없었고 그저 편한 느낌만 있었다.

우리에겐 밀당은 없었다

그의 사랑은 직진뿐이었다.

그는 참 다정해서 같이 있으면 편안했다

 

그렇게 그와의 데이트는 계속되었다

날이 추운 겨울 선유도 공원을 함께 가기로 했다.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하고 그가 따뜻한 차를 사 온다.

차를 마시며 한참 동안 얘기를 했고 공원을 걷기도 했다.


함께 걷는데 그와 나의 손이 자꾸 스치는 느낌이다.

닿을락 말락한 그 느낌.

너무 떨렸다

미친 듯이 내 심장이 두근거린다

심장아 나대지 마  


그가 내 손을 잡는다.

그의 큰 손이 너무나 따뜻했다

계속 잡고 있고 싶다


분명 그저 편한 오빠였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난 그와 함께 있을 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사람이 된다.


그가 좋아하는 반바지와 카라티의 조합 (거의 20년 전 우리)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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