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석영 씨어터 Oct 25. 2023

삼성역

삼성역 Samsung station (2023. ink on korean paper. 56x70)

#신의 섭리

 인간에게 시련을 주고 안 주고는 신의 소관이 아니다. 시련이란 그저 밥 먹고 움직이고 배출하고 쉬는 것처럼 인간 전체에게 입력된 일과이고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하는 등의 거쳐야 할 순서일 뿐이다. 인간은 늘 윗단계를 향한다. 그곳에 다다르려면 힘든 시간은 당연히 있어야만 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좋은 시간은 미뤄지거나 앞당겨진다. 힘들다고 신을 원망해 봤자 무엇하겠는가, 신의 섭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자, 자신이 추구하는 도착점은 내게서 더 멀어질 뿐일걸.


#인간의 혜택

 우리 강아지는 자신의 15년을 알차게 살고 갔다. 강아지 덕에 우리 식구들이 얼마나 행복했고 일요일의 태양처럼 나른하였는지. 순수하게 자신을 무언가를 위해 쏟아낸 생은 끝내 좋은 시간을 맞기에 마땅하다. 분명 우리 강아지는 멋진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을 거야.

 인간의 수명은 어떤 생명보다도 길어서 그 좋은 시간을 생전에 맞이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그 쿠폰을 활용하려면 실적을 쌓아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기여'이다. 나의 일부를 타 존재를 위해 쓸 줄 아는 것. 드디어 한약을 삼킨 후 넣는 푸딩 한 스푼처럼 쿠폰은 쓰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오는 다름슈타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