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마다 오는, 나 자신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때이다.
나름의 생각의 수평선 안에서 어떻게든 즐거운 의미를 찾아내려는 의지는 잃은 것을 그저 잃은 것으로만 판단하지 않게 한다. 내게서 떠나는 것은 친절하게도 늘 새로운 것을 주고 간다. 따라서 가는 것을 미워하고 눈물짓기보다는 손에 쥐어진 어린 이파리에 빨리 눈을 돌리는 것이 가고 옴의 자리에서 유능한 역할일 것이다. 내 생각은 그것 자체로 '생각'이란 이름과 자격을 받아 마땅하다. 내 것은 존귀하고 그 누구도 심지어 자신조차도 자신의 생각을 아래로 볼 수 없음을 알아가는 종요로운 절기.
그림은 시(詩)다. 마음과 머리의 타자(打字)로 써 내려간 시, 설은 극기(克己)의 시, 단순 '욱' 감정으로 쏟아낸 것이 아니라 진득한 성장과 농밀함의 축적이 드디어 무람없이도 분출되어 그저 붓을 들 수밖에 없었던 그 무작위적 기제가 고스란히 나타나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