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듯 삶도 그럴까

당신과 강아지와 함께 길을 거닙니다.

by 반하다

바람에서 매서운 칼이 빠지고 부드러움을 실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산책길 몽글거림이 더해집니다.

오늘은 당신과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갑니다.

강아지를 챙기고, 당신을 챙기고, 챙김이 두배가 되었지만 함께 간다는 게 강아지도 나도 좋습니다.


매일 가던 길을 따라 걷습니다.

일찍 나와서일까요? 길을 따라 아침햇살이 놓여져 따스합니다.

행복한 우리 셋은 길을 따라 평소보다 조금 더, 조금 더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여기 처음와본다."

당신과 함께 왔던 길들, 설레는 표정의 당신은 이런 말을 합니다.

"전에 왔었는데 오랜만에 와서 그런갑다."

이런 말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심각할 필요도, 서글플 필요도 없이 지금이 좋으면 좋다는 것을 알만큼 나도 유연해졌습니다.


참 빨리도 걷던 당신이었는데 강아지와 내가 이제는 멈춰서서 기다려야 하는 사람입니다.


돌아오는 길, 카페에 들어가서 강아지가 와도 되냐고 물어봅니다.

안된다니 샌드위치는 포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바닐라 라떼, 당신이 좋아하는 따듯한 카라멜 마끼아또를 사서 나옵니다.

쿠폰이 필요하냐는 말에 다시 오기를, 자주 오기를 바라는 맘을 담아 챙겨나옵니다.


햇볕 좋은 곳에서 강아지와 당신의 사진을 찍어주고, 세 명이서 셀카도 찍어봅니다.

아픈 병색이 드러난 당신의 얼굴, 보기가 싫어진 나이든 내 얼굴, 그리고 사랑인 강아지 얼굴이 사진안에서 함께 멈춥니다.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기에, 돌아오는 길가 성근 나뭇가지에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삶의 많은 날들이 오고가겠지만 우리의 봄은 오늘이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래서

오늘의 봄은

빛나고, 서글프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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