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서 하기 싫다구요? 왜 해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하는 생각입니다
지난 편에서, A씨는 부동산 전문가인 B씨를 찾아가 전세 계약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문의했습니다. 그러자 B씨는 전입신고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A씨도 전입신고에 대해서는 얼핏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 해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죠.
전세로 들어가게 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는 것입니다. 그래야 추후 경매에 넘어간다고 해도 권리 순위에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 전입신고를 하는 이유 → 대항력 취득
· 확정일자를 받는 이유 → 우선변제권 취득 대항력이란
대항력이란?
대항력이란, 제3자에게도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만약 집이 매매 혹은 경매로 소유주가 바뀌더라도 부동산의 계속 사용, 수익은 물론 보증금까지도 새로운 소유주에게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쉽게 말해,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은 새로운 소유자에게 보증금을 받기 전까지 합법적으로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죠.
대항력을 가지려면 대항요건인 ‘주택의 인도(점유)+주민등록(전입신고)’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면 추후 주택의 소유권이 매매를 통하여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임차인이 새로운 소유주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설명을 읽는 것보다 직접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이해가 더 쉬울 것입니다. (문제에서는 임차인이 전입 일자에 점유를 마쳤음을 가정합니다)
Q. 전입신고 설정일을 2014. 2. 22이라 했을 때, 대항력 발생일은?
A. 대항력은 전입신고일 다음 날 0시에 효력이 발생함으로, 2014년 2월 23일 0시에 대항력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경매는 다릅니다. 대항력을 가지려면 먼저 '대항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전입신고일자가 말소기준권리보다 빨라야 선순위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말? 소? 뭐? 기준요??
독자들의 아우성이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아요. 점점 어려운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멘붕이 오기 전에 먼저 '경매'에 대해서 잠깐 짚고 넘어가죠. 경매라고 하면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빨래를 생각해봅시다. 전 세탁 후 지워지는 얼룩과 안 지워지는 얼룩의 기준이 뭔지, 각종 얼룩은 어떻게 세탁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어요. 얼룩의 종류에 따라 물파스, 양파즙, 레몬즙 등 상상 이상의 방법이 있기는 하던데… 쉽지 않아요. 하지만 해결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세탁소에 맡기는 것이죠.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은 등기부 등본에 덕지덕지 붙은 각종 권리의 '세탁'이 쉽습니다. 바로 경매를 통해서죠. 그리고 경매는 세탁 후 지워지는 권리와 그렇지 않은 권리의 기준이 확실합니다.
이 소멸의 기준이 되는 권리가 ‘말소기준권리’입니다. 말소기준권리를 포함한 뒤의 권리는 지워지고, 말소기준권리 앞의 권리는 소멸하지 않고 낙찰자에게 넘어갑니다. 말소기준권리가 될 수 있는 권리는 ‘(근)저당권, (가)압류, 담보가등기, 경매개시결정기입등기’ 등인데, 이 중 등기일이 가장 빠른 권리가 말소기준권리가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예시1
1순위. 임차권
2순위. 저당권
3순위. 담보가등기
⇒ 소멸되는 권리 : 최선순위의 말소기준권리인 2순위 이하의 권리 - 저당권, 담보가등기
⇒ 낙찰자에게 넘어가는 권리 : 1순위인 선순위 임차권
예시2
1순위. 근저당권
2순위. 임차권
3순위. 가압류
⇒ 가압류 = 소멸되는 권리 : 모두 소멸. 최선순위의 말소기준권리인 1순위(근저당권) 이하 모든 권리가 지워진다
다시 말해, 말소기준권리보다 전입신고가 늦으면 말소기준권리를 포함한 후순위권리는 매각 시 사라지므로, 후순위 임차인은 대항력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 한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그럼 전입신고 설정일과 근저당권 설정일이 같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죠.
전입신고 설정일 2014. 2. 22 , 근저당권 설정일 2014. 2. 22 일 때
Q1. 대항력 발생일은?
Q2. 선순위 권리는?
A. 대항력은 2014년 2월 23일 0시에 발생하고, 선순위 권리는 근저당권이 됩니다. 전입신고 대항력은 2014년 2월 23일 0시이지만 근저당권 설정일은 2014년 2월 22일에 등기되었습니다. 경매가 진행된다면 말소기준권리는 22일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됩니다. 그래서 근저당권 이후의 권리들은 소멸하므로 임차인은 대항력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 보증금을 전부 배당받지 못하더라도 낙찰자가 임차인에게 명도(낙찰받은 부동산의 거주자를 내보내는 일)를 요구하면 법적으로 임차인은 “보증금 다 돌려주기 전에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오!”하고 버틸 힘이 없다는 말입니다.
전입신고 설정일 2014. 2. 22, 근저당권 설정일 2014. 2. 23 일 때
Q1. 대항력 발생일은?
Q2. 선순위 권리는?
A. 대항력은 2014년 2월 23일 0시에 발생하고, 선순위 권리는 임차인이 됩니다.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한 때는 2014년 2월 23일 0시이고 근저당권은 2014년 2월 23일입니다.
둘 다 2월 23일에 발생하지만, 근저당권은 아무리 빠르더라도 기관이 문 여는 시간인 오전 9시 이후에나 등기할 수 있으므로 2월 23일 0시인 임차인의 권리가 선순위 권리가 됩니다. 그래서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임차인의 대항력은 소멸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됩니다. 즉, 임차인은 대항력을 가진 선순위 임차인으로서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때까지 부동산에서 합법적으로 버틸 힘이 있습니다.
A씨는 주택에 들어가면 바로 전입신고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렵게 마련한 소중한 집인데, 혹시나 법적으로 문제가 생겨 집을 비워줘야 할 상황이 생겨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다음 편에서는, '우선변제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3편에서 계속)
[같이 보면 좋을 글]
예비 신부 A씨의 전세살이 스토리 ① : 전세, 살까? 말까?
생활금융 100단 : 신혼부부, 정부지원제도 100% 활용하기
Written by 윤성애
<돈 없어도 나는 재테크를 한다> 저자. 대학 때부터 재테크 공부에 미쳐 살았습니다. 돈 되는 정보에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는 그녀는 자칭 돈벌레입니다. 엄마가 된 후, 결혼 전과는 완전히 바뀐 생활패턴에 맞추어 `생활비가 반으로 줄어드는 생활밀착형 재테크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자격으로는 국가공인 자산관리사, 공인중개사, 증권투자상담사, 선물거래상담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