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금 모으기 말고, 삶을 조정하기!
2017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년에 대한 인식은 희망과 긍정보다는 '불안'과 '부정'입니다.
사람들이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게 되는 두 가지 요인은 돈과 건강 입니다. 노년을 떠올리면 부족한 노년준비자금으로 가난하게 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먼저 떠오르고, 오래 살지만 건강하지 않은 모습으로 생명 유지만 하는 삶 또한 함께 떠오르곤 합니다.
결국 '돈'과 '건강'의 문제는 이어져 있습니다. 노년에 병원에서 의료를 제공받는 모습을 상상해보죠. 노년에 의료를 제공받는 것은 크게 치료가 어려운 말기 질환자의 통증 및 고통을 완화하여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준비하도록 돕는 '완화의료'가 있고, 더 이상 건강의 회복이 어려움에도 생명을 연명하기 위한 치료를 하는 '연명의료'가 있습니다. 실제 말기 암 환자의 사망 직전 한 달간 평균진료비를 분석했더니 완화의료군은 53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고,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적극적 항암치료군은 약 1천4백만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 노인 1만 452명을 대상으로 노인실태조사를 해보니, 65세 이상 노인의 88.9%는 의식불명이거나 더 이상 건강을 회복할 가망이 없는데도 의료를 제공받는 연명의료에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즉 가망이 없는데 겨우 생명을 부지해가며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인식과는 달리, 암 환자 기준으로 완화의료 이용률은 2014년 기준 13.8%에 불과하고 나머지 86.2%는 연명의료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 세대는 완화의료를 통해 고통을 줄이다가 일정 시점이 되면 생을 마감하는 방향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웰빙만 중요한 게 아니라 웰다잉 즉, 아름답게 죽는 것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죽기 위한 관련 법규의 제정과 인식의 변화 또한 필요하고, 앞으로 반드시 이러한 방향의 법규가 새롭게 제정될 것입니다. 우리의 노년이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야겠죠.
물론 돈과 건강은, 노년의 삶에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얼마가 필요하고, 그 돈이 없으면 나의 노년은 불행할 것'이라며 불안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현명한 노년준비는 현재의 경제적 수준에서 적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삶을 조정하는 과정입니다. 다만, 노년에는 젊었을 때처럼 건강에 아무 문제없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의료행위가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은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일상적인 의료비가 나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경제적 상황을 조절하는 것이죠.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노년준비를 위해 젊어서부터 대부분의 돈을 연금이나 투자 상품에 묶어두고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이 좋은 노년 준비일까요? 막상 청년기에서 장년기까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집을 사고 지내다보면 그러한 계획대로 노년 자금을 충실하게 준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노년준비와는 다른 관점에서 우리의 노년을 생각해야 합니다.
금융회사와 언론에서 주장하는 노후준비 필요자금 7~8억 원. 이런 얘기를 흔히 듣습니다. 은행을 찾아가도, 신문과 인터넷에서도 노후생활에 최소 5억 원은 있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많은 돈이 한꺼번에 필요한걸까요?
노년의 생활 자금은 퇴직 전 소득의 70~80% 정도라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부부 둘이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사는데도 반드시 그만큼의 돈이 필요할까요?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준비된 노년자금이 부족하다면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단순하고 비용이 적게 되는 구조로 삶을 바꾸어 보는 것이죠. 그것이 부끄럽거나 우울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어르신들이 일을 합니다. 돈이 없어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일하지 않는 삶은 공허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 버는 돈은, 큰 돈이 아니더라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보면 과거에 준비한 연금보다 어쩌면 더 많은 돈의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퇴시점에 반드시 큰 목돈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틀린 말입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 일을 하더라도 일자리의 질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젊어서부터 하던 일을 나이가 들어서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건 현재 기준에서의 관점입니다.
세계적인 장수과학자인 박상철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 은퇴생활이란 이전 생활의 계속이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생활이에요. 기존의 삶에서 뭔가를 연장해서 하려고 하지 말고 ,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하세요.”
노년은 지금까지 살아보지 못했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 근로를 하더라도 삶의 활력과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어쩌면 노년에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백세 시대에 너무나 당연한 풍경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은퇴 시점에 한번에 몇 억이 반드시 필요하다' 라는 생각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현실적인 노년을 그려보고, 노년의 직업을 고민하고, 준비된 정도에 맞게 소비하며 사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더 현명한 노년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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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조진환
경제적 자유로 가는 7가지 테마를 통해 돈을 바라보는 올바른 철학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 드립니다.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하느라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잃어버린 삶. 아끼고 절약하는 것에 집중하느라 정작 사람과의 관계와 자신의 시간을 잃어버린 삶. 끊임없이 떠도는 불필요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잃어버린 삶. 글을 통해 행복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드리겠습니다. 필명 ‘돈코치’. 경제교육, 유료재무상담, 책 집필 등을 혼자 다 해내는 1인 기업가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재무상담사입니다. 지속적으로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해야하는 금융회사의 관점이 아니라 금융소비자의 관점을 유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