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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일춘 Jan 07. 2022

[단상] 겨울밤이 더 따뜻한 이유


하지 못한 일과 해야 할 일 사이를 건너가는 밤. 모든 것이 변했고 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새해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새해가 시작되었다는 것만 달라졌을 뿐, 연속되는 패턴의 단상斷想들로 쉬이 잠들지 못한다. 되풀이되고 있는 것들이 참 피곤하다는 생각에 더해 멍하니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 불빛이 서럽다.


하루치의 부채負債와 엉켜있는 실타래를 애써 외면하고 '양 하나 양 둘 양 셋.....'을 세며 애써 잠을 청해 본다. 어둠 속에 내 목소리만 살아있다. 그것도 잠시, 목소리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진다. 저녁내 남아있던 온기까지 가져가 버렸다.


한기寒氣 때문일까? 몸의 온신경이 깨어난다. 겨울의 색과 빛이 눈에 들어온다. 그림자로 얼룩덜룩한 달빛이 침대 맡에 기대어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람이 윙윙 분다. 담장 너머 고양이는 야옹야옹 운다. 퍽 구슬프다. 잠이 화들짝 깬다.




문득, 며칠 전 백신 접종을 한 아들 녀석이 궁금하다. 다행히 아들은 곤히 자고 있다. 이제 중3이 되는 아들내미는 나보다 키가 크다. 나의 바람대로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이 녀석은 종종 내가 저항하기 어려운 힘을 발휘한다. 나를 이끈다. 잠든 아들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안아본다. 아들의 체온이 내 품으로 전도되는 느낌이다. 좋다. 인생이 참 덧없고 아프도록 아름답다. 


두벌잠을 자는 겨울밤. 춥지만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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