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마레 Sep 02. 2024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해 드릴게요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씬으로 읽는 단편영화


<TEl. 1717-1771>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해 드릴게요.'

우리의 이야기는 이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포스터>



















어느 날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낯선 목소리


대본리딩
<단편영화 Tel_1717-1771 증에서>



이 영화는

운명을 믿는 안나와

운명을 믿지 않는 노아의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이다.



운명.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해 드릴게요.'


운명을 믿는 여자 안나에게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그것은,

안나와 노아.

두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운명의 시그널.


이 영화의 씬 4, 대본을 만나보자.



S#4. 집, 거실(현재/아침/안)


전화가 오고 있는 집.

안나는 전화기를 바라보고 서 있다.


(집 곳곳 인서트)


거실 창문에는 풍경이 달려 있고

책장에는 보석들을 모아놓은 유리병.

타로 책, 사주 책, 점 통이 놓여았다,

식탁에는 타로카드, 화병, 꽃잎이 떼 진 꽃.

이것저것 적은 종이들이 놓여있다.

거실 협탁에는 반쯤 없어진 케이크와

포춘쿠키 하나가 열린 채 놓여있다.


내레이터


10년, 그렇게 안나는 이 집에서

혼자 10년을 살았다.

그동안 안나는 온갖 것들을 다 믿었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것부터

미래를 알려주는 것까지.


안나

(긴장한 표정으로 전화를 들어 받는다)

여보세요?


내레이터

전화기 너머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해 드릴게요.


안나

(사이) 운명의....상대요?


나레이터


운명의 상대,

어쩌면 평생 기다려왔을

단 한 사람을. 신의 아래에서




안나는 노아를 만났다.

노아는 안나를 만났다.


이 두 사람의 운명을

나레이터는 다음 씬 5에서 이렇게

증언한다.


"안나가 그 전화를 받았던 것,

마침 안나의 집 5분 거리에 성당이 있었던 것,

그 성당이 모두에게 열려 있었고,

서로가 서로를 발견했다는 것.


운명, 안나가 그렇게 믿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에서 내가 맡은

나레이터의 역할은

매우 독특하다.


안나의 삶을 서술하는

영화의 지문이자 속마음.

운명 같은 사랑의

대변자랄까.


나 역시도 안나처럼,

믿는다.


'사랑은 운명이다.'


마음과 마음이

닿는 일이 어찌 우연뿐이겠는가.


어쩌려고 해도

어쩌지 못하는 


나 역시도

운명 같은 사랑을 로망 했고

지금조차도 로망 하는지도.


그래, 운명이야.


나에게도 이 영화는,

운명이었다. 분명.


'마레 배우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조윤지 감독의 반가운 목소리.


'나레이터역 지원해 주신 작품,

제가 연출합니다. 하하하.

처음부터 배우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내 주셨네요.'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는 거겠지.


밴드잔나비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만났던 조연출님의 졸업작품이

바로 이 영화일 줄이야.


필름메이커스 공고를 보고

흥미로운 이야기라 지원했는데

이렇게 반가운 해후를 할 줄이야.


지원하기 위해 프로필과 함께

공고에 예시된 대사 일부분을

직접 녹음해 보내야 했다.


대사가 좋았고, 톤이 좋았다.


가장 마지막 출연자인 셈이다.


이미 영화의 촬영과

편집까지 끝난 시점.


감독님은 영화 편집본과 함께

나레이터가 읽을 내용을 보내왔다.


음...좋은데~


영화의 완성도가 훌륭했다.

문학적인 서사가 좋았다.


감독님의 주문은

담담하고 담백한 톤.


국민대학교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녹음은

감독님의 디렉션에 맞춰가며

목소리 톤을 조율해 완성했고,

졸업영화 상영회에서

처음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아, 내 목소리가 이랬구나.

이렇구나."


목소리,

그렇다, 이 영화에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이자 앤딩크레딧에

삽입된 밴드 자우림의 노래,

김윤아의 목소리


Tel. 1717-1771

이 전화번호를 거꾸로 읽으면

I LUV U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숫자이듯.


누군가에게는

운명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우연이듯.


어쩌면,

어긋나는 것조차

운명이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사랑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안나처럼,


그 시절의

나처럼.


<영화 스틸컷, 노아의 운명인 안나>
<영화스틸컷, 안나의 운명인 노아>
<영화스틸컷, 엔딩크레딧에 삽입되기도 한 자우림의 tel.1717-1771>
<크레딧>


영화에는 늘 엔딩이 있지만,

우리의 영화 이야기는 네버엔딩스토리.


몰랐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게 될 줄.

좋았다.

2022년도 국민대학교 졸업영화제,

그리고 2023년 부천국제판스틱영화제와 

한국퀴어영화제를 통해 관객과도 만났다. 

<국민대학교졸업영화제, 한국퀴어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전했다.

영화를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극장의 공간감,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감동의 깊이야말로 특별했다.


볼수록 좋은 이런 게 바로

운명의 상대 아닐까.


tel. 1717-1771

Fiction/Color/28'00"

각본/연출: 조윤지

출연: 김소윤, 주인영, 장마레

같이 만든 사람들: 주한솔, 김지현, 짐소현, 한해인, 서원주 강영진, 고혜원, 황진희, 홍미나, 김지현, 유지윤, 박연경, 김민경, 김지혜. 임세영, 강태원, 홍성진, 이해경, 길세연, 김시형, 이승유, 김수현, 임세영, 김이다연, 최원세, 이해선, 고마리, 복예빈, 신채연, ㅎ서원주, 김보영, 전경현, 정유진, 민지민, 이연지, 김한빈, 허정현, 카코포니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2023) /23회 한국퀴어영화제 국내단편경쟁(2023)



빛나는 영상언어로

운명을 세공할 줄 아는 로맨티스트

조윤지감독의

영화로운 시절을

응원합니다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100명의 마레가 산다'


장마레의 브런치북은 수요일 



추신>

본 회차는,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100명의 마레가 산다'  3 편 중 첫 번째 이야기로

브런치북에 옮기며 업데이트했습니다.






이전 18화 미리 쓰는 맺음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