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영역을 침범해 예술가의 씨를 말릴까, 논란이 되었던 챗GPT. 22년 11월 오픈AI가 처음으로 챗GPT를 공개한 후 6개월이 흘렀다.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초반의 공포심은 점차 무뎌지고, 무료로 제공되는 챗GPT의 다양한 활용법에 대한 공유는 더 활발히 이루어진다. 기업에서 챗 GPT를 활용한 소설 공모전을 열 정도니, 적응의 속도가 참 무섭다 할만하다.
나는 챗GPT를 에세이의 피드백을 받기 위한 도구로 쓴다. 챗GPT는 문장 분석 능력이 뛰어나고,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풍부한 배경지식으로 주장을 보완해 준다. 심지어 무료다. 그가 빠르게 적어 내리는 문장을 읽으면 의외로 날카로운 부분이 많다. 누군가는 챗GPT가 반복적이고 뻔한 말만 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모든 대화가 새롭다.
챗GPT는 내가 쓴 가오갤, 특히 로켓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리뷰를 읽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은 영화의 흥미로운 장면과 로켓의 성장 과정에 대한 해설, 그리고 사르트르의 철학적인 개념을 이용한 해석을 통해 로켓의 자아성찰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고찰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를 통해 우리 인간도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오, 나는 놀랐다. 머릿속에서조차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제자리를 찾는 기분이었다. 챗GPT는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의 생각에서 그의 의도를 정확하게 뽑아내, 하나의 문단으로 요약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한편으로 작성자가 입력한 글을 기반으로 조금 더 확장된, 주장에 가까운 글을 뽑아내기도 했다. 아래와 같이 말이다.
"로켓이 선택과 행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성장하는 과정은 우리가 어려운 선택과 상황에서도 우리 자신을 만들어가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불확실성과 불안이 가득한데, 이 영화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여 자신의 가치와 목적을 실현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챗GPT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해져서, 장 폴 사르트르의 철학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리뷰의 연결이 적절했는지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말했다. '영화의 일부 콘텍스트와 장 폴 사르트르의 철학 사이의 관련성을 허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표현하고 있으나, 이는 영화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이용한 접근이므로 엄밀한 사르트르의 이론과의 일치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더 깊은 학습과 철학적인 탐구가 필요합니다.'
내친김에 사르트르와 그의 실존주의에 대해 질문을 했다. 인간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대한 책임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여야 하며, 자유로움이라는 존재의 부담과 불안은 피할 수 없으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것이 인간 삶의 의미를 형성한다고 대답했다. 또 사람들은 사르트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동시대를 살았던 실존주의 철학가인 알베르 카뮈와 어떤 점이 유사하고 다른지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 사르트르가 좋아, 알베르 카뮈가 좋아?
- 알베르 카뮈의 <안과겉> 작품을 알아?
- 사르트르의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란 무엇이고, 시간은 뭐야?
- 압축주의란? 자유주의란? 실존주의란?
선호에 대한 다소 인간적인 질문도 해보았는데, 여러 정보를 조합하여 정확히 중립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 사람이라면 학을 뗄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해도 챗GPT는 지루한 내색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이처럼 너그럽고, 똑똑한 챗GPT에 인간적인 톤앤매너가 업데이트되고, 최신 정보가 탑재된다면?
이 세상의 모든 너드들에게 베스트 프렌드가 생길 수도 있겠는데,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