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는 바쁜 일상 때문에 운동을 할 시간도 없었지만 주변에 배울만 한 곳도 없어서 요가를 할 수 없었다.
90년대 말경 사무실 가까운 곳에 비구니 스님이 지도하는 요가원이 생겼다. 3개월 등록하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보름 만에 그만두었다. 따라 하기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요가만 하면 머리가 깨지게 아프고 요가를 쉬는 날은 아프지 않은 희한한 증상이 반복되어 나는 요가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몸이 아프고 나서 치료를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를 받고서도 요가를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다. 발레, 한국무용, 걷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갱년기 증상으로 시달린 데다가 성악 호흡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요가원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그 사이 요가원은 동네 약국 수만큼 흔해졌다.
처음 6개월은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다음 6개월은 좀 해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보냈다. 그 후 1년 정도는 동작을 외워서 혼자 집과 사무실에서 하다가 다시 요가원에서 지도자 과정을 하면서 요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민센터에서 하는 요가를 몇 년 다니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을 따라 하면서 꾸준히 요가를 한 것이 이제 13년이 되었다. 몸도 마음도 요가 덕분에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나도 그랬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요가를 운동이라 하기에는 너무 약하고 게다가 유연성이 많이 필요해서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로 젊은 아가씨들이 하는 미용체조라는 편견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오랜 기간 요가를 하고 내가 파악한 요가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조용히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드문 운동이라는 것이다.
요가는 몸을 구겼다 폈다( 보통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라고 표현한다) 하는 과정에서 근육과 혈관에 자극을 주어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빳빳한 종이를 부드럽게 만들려면 여러 번 구기고 펴는 과정이 필요하고 티슈처럼 부드러운 종이는 구길 필요가 없는 것처럼 사람의 몸도 제각각이어서 부드러워지는데 필요한 시간이 모두 다르다.
신체에 한해서는 유연하게 되는 것이 요가의 결과이고 효과라고 하겠지만 나는 그 과정 ( 몸을 구기고 펴는 과정에서 어느 부위에 자극이 오는지 알아차리고 그곳에 집중하면서 숨 쉬는 과정)에서 분주하고 복잡한 마음을 쉬게 하는데 요가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가원에서 지도를 받는 것은 몸을 올바로 구기는 방법을 배우면서 완성된 자세로 나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자칫 자세의 완성을 우선적 목표로 잡으면 쉽게 좌절하게 된다고 본다. 주변에 많은 이들에게 요가를 권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유연한 요가 강사의 자세를 따라 할 수 없다, 몸이 유연하지 못해서 못한다, 답답하고 재미없다 등이었다. 자신의 몸과 대화해야 하는데 강사의 몸, 옆에 있는 유연한 고급자의 몸과 대화하고 있다.
자신의 몸과 대화를 시작하게 되면 재미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