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추가 금액의 늪으로
뜨거운 어느 여름날,
그분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결혼 준비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어느덧 가을의 절정을 향해 내닫고 있었다.
이는 우리의 웨딩 촬영일자가 가까워짐을 의미했다.
스튜디오 촬영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결혼 카페 후기와 이미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튜디오 촬영만큼 추가 금액이 많은 것도 없다고 했다. 샵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배경 추가, 보정 추가, 앨범 사진 추가 등등
정신 차리고 있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이는
무시무시한 곳이라고 했다.
추가 금액은 웨딩촬영 드레스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촬영용 드레스를 셀렉하러 가기 전까지 나는 내가 갈 업체의 후기들을 몽땅 뒤져봤다.
어떤 드레스가 있는지, 주로 선택한 드레스는
어떤 게 있는지 사전 조사가 필요했다.
그리고 최대한 추가 금액이 들지 않도록 드레스를
골라야겠다 다짐했다.
그분과 함께 드레스샵에 도착하니 수려한 드레스들이 우리를 감쌌다.
고급스러운 실크 드레스부터 비즈가 알알이 박힌
화려한 드레스까지 눈으로 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드레스 고르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기본 드레스만 입어보거나 추가 요금 드레스도 함께 입어보는 방법이 있었다.
그분은 이왕 입을 거 추가 요금 드레스도 같이
입어보라고 했고 나 또한 여러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었기에 두 번째 방법으로 드레스를 골랐다.
그분은 내게 어울리는 드레스를 적극적으로 골라주었다. 샵의 직원분들은 예비 남편분이 정말 섬세하고
다정하다며 웃어주셨다.
그분은 밖에서 대기를 하고 나는 직원분과 함께 커튼 뒤의 공간으로 갔다. 우뚝 솟은 단상 위에 뻘쭘히
서있으니 직원분이 숙련된 스피드로 드레스를
입혀주셨다. 코르셋을 조이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신 뒤 “신랑님 준비되었습니다~ ”라는 멘트와 함께 커튼이 촤라락 열렸다. 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이 어색하고 낯설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분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눈이 하트모양이 된 그분은 정말 예쁘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 다양한 각도로 내 모습을 찍어주었다. 긴장한 내 표정을 풀어주기 위해 돌잔치 촬영기사를 자처한 그분 덕에 난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총 6벌의 드레스를 입었는데 확실히 추가요금이 있는 드레스는 리액션이 더 컸다.
특히 그분이 직접 골라주신 드레스를 입었을 때는 찐 감탄사가 나왔다. 어깨라인과 목라인이 잘 드러나면서 밑으로는 풍성한 벨라인 드레스였는데
디테일이 살아있고 질감도 예뻐서 나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예쁜 드레스를 골라준 그분의 안목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추가 요금 없이 드레스를 고르리라 마음먹었는데 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을 마주하자 그 다짐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한없이 약해졌다.
기본 드레스만 선택하기엔 미련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특히 그분이 골라준 드레스가 계속 잔상처럼 남았다.
드레스샵에서는 오후 6시까지 결정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그분과 드레스샵 근처에서 도가니탕으로 배를 채우며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휴대폰에 담긴 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마음에 드는 우선순위를 함께 골라보았다.
다행히 그분과 순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족톡에도 사진을 보내서 도움을 요청했다.
아빠와 엄마, 동생은 정말 예쁘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그리고 예쁜 드레스를 골라서 다시 보내줬는데
역시나 그분이 골라주신 드레스는 무조건 포함이었다.
다들 보는 눈은 다 비슷했다.
나만 그 드레스가 예뻐 보인 게 아니었다.
그분과 나는 그 드레스를 포함하여 기본 드레스 2벌, 추가 요금 드레스 1벌을 택해서 드레스샵에 알려드렸다. 추가 요금이 30만 원이었지만 후회 없을 지출이었다. 웨딩촬영 할 땐 또 얼마나 빛을 발할까? 추가 요금을 낸 웨딩드레스의 활약이 몹시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