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르코 선정작 단편소설 6
안녕하세요^^* 앤하우스 주인장이에요. 공동현관은 #1604 3564 누르시면 열리세요~
비밀번호는 0929*입니다. 입실하시고 문자 한번 주세요^^*
안나는 핸드폰을 보며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손이 언 탓인지 번호 입력이 틀렸다는 음성 안내가 나왔다. 손을 조물거리는데 남자 노인 한 명이 안나의 뒤쪽으로 다가섰다. 안나는 뒤로 물러섰고 노인이 번호를 누르자 현관문이 열렸다. 안나도 아이와 따라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벽에는 여러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대부분 안나가 사는 아파트와 비슷한 층간소음이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에 관한 안내였으나 매우 강경한 느낌의 문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에어비앤비 운영을 절대 금지합니다 적발시 동주민 모임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합니다>
안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언니 말대로 호텔에 가는건데. 이걸 보게 될 언니에게도 미안했다. 안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을 찾았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갑자기 옆집 문이 열리더니 남자아이 둘과 여자가 나왔다. 여자는 학원가방을 든 남자 아이 둘을 배웅하며 안나와 아이를 빤히 쳐다봤다. 안나는 괜히 손에 땀까지 났지만 침착하게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렸고 아이가 탄성을 지르며 안으로 들어갔다. 안나가 다 들어갈 때 까지 여자의 눈이 안나의 등 뒤로 따라붙었다.
이게 뭐야, 집안은 사이트 속 사진보다 훨씬 좁았다. 작은 거실과 방 하나가 있는 좁은 아파트였다. 혼자 살면 딱 좋은 사이즈로 사이가 좋은 신혼부부라도 같이 살기는 힘들 것 같았다. 안나는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정리했다. 창가의 안마의자가 보였다. 군데군데 가죽이 벗겨진 낡은 의자였다. 사진 속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의 의자는 온데간데 없었다. 창밖으로 새끼손가락만 한 롯데타워가 흐릿하게 보였다. 또 사진에 속았어. 안나는 한숨이 나왔다. 아이는 침대방에 들어가 소리를 질렀다.
잘 들어가셨나요?^^* 혹시 항의가 있으면 친구 집에 놀러 왔다고 해주시면 되세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
호스트의 문자였다. 뭐지, 내가 온걸 알고 있는건가? 안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조그맣게 소리를 질렀다. 안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조용히 하라고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