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무줄을 놓는 연습

삶의 밸런스를 찾아야할 때

by 온세

누구나 한 번쯤은 어렸을 적 고무줄 튕기기 놀이를 해보았을 것이다.


당기는 길이가 길어질수록 피부에 닿는 충격은 커진다.


내게 12월이 그렇다. 내내 꽉 잡고 있던 긴장의 끈이 놓아지며 그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달.




오늘 처방받은 약들


작년에도, 올해에도 이맘쯤 몸이 좋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당해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가 끝나면 긴장이 풀리면서 아팠던 것 같다.


1년 동안 열심히 내 한계를 시험했다. 그 결과, 대외적으로는 조직에서 나를 PR 하고 업무의 다양성을 몸소 체험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긴장의 끈을 너무 길게 잡고 달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공교롭게도 1년의 끝에 겨울이라는 계절이 있기 때문일까. 아무리 유산균과 비타민을 매일 먹고, 운동을 하더라도 12월의 몸살은 피할 수가 없다.


평소에는 야근하고 운동을 가도 힘들지 않았는데 어제는 몸에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했는데 웬걸. 보고회 때 내 발표 순서가 끝나자마자 몸을 누가 무지막지하게 때린 것처럼 아파오는 것 아닌가.


동기 언니가 준 진통제를 먹었음에도 등이 아파서 점점 굽어갔다. 그러면서도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는 시간이 재밌어 다 나간 목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나였다.


끝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후배가 나한테


“왜 이렇게 열심히 해요, 앞에 있었다가 기죽었네 “


그러게. 나는 왜 몸이 아프면서도 거기서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을까. 아마 이런 식으로 1년 동안 나 자신을 다뤘겠지.


차에 타자마자 몸이 녹초가 되는 기분이었다. 일찍 끝나면 도서관을 가려했지만 오늘 쉬지 않으면 내일 출근도 물 건너갈 거 같은 느낌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나도 참 미련하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해서 성취감을 느끼고자 나를 학대해 온 것 아닌가. 좀 못하면 누가 뭐라고 하나.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개선하면서 성장하는 건데.


집에 와서 좋아하는 유튜버 영상을 보는데 ‘밸런스’ 이야기가 나왔다.


일과 내 삶의 밸런스를 지켜야 한다는 것.


일 때문에 나를 혹사시키는 것은 습관이 되고 이건 악습관이다. 악습관에 계속해서 나를 몰아넣는다면 이제는 감기가 아닌 더 큰 병을 맞이해야 할 수도 있다. 끈도 계속해서 세게 당기면 결국 끊어지니까.


몸이 아프면 쉬는 것도 쉬는 게 아니고, 일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쉬는 연습이 필요하다.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일 년 동안의 나를 성찰한다.


여전히 무모했고 여전히 나 자신을 많이 챙기지 못했던 한 해였다.




끈을 당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당기느냐가 중요하다. 무리해서 점점 더 세게 잡아당기기보다는 느슨하게 놓아줄 줄 아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야 끈이 끊어지지 않고 다음에 또 당길 수 있으니까.


우리 모두 2025년엔 나를 더 챙기자구요.



keyword
이전 01화완벽주의에 대한 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