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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에 대한 오해

나는 완벽주의자입니다

by 온세

사람들은 가끔 내게 ’완벽주의‘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말을 들으면 쑥스럽기도 하고 어딘가 기분이 좋기도 한데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이 “나는 완벽주의자야”라고 하는 걸 들으면 ‘되게 자신을 높게 평가하네’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완벽주의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


완벽주의는 완벽한 게 아니다.

완벽주의자는 완벽한 자가 아니다.


완벽주의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좀더 과정에 가까운 개념이고 완벽한 자는 결과론적인 개념이다.


내가 이걸 어떻게 생각하게 됐냐면…


곧 있을 보고회 때 우리 팀이 기획한 연수에 대해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다.


멋지게 발표를 마무리 하기 위해 나는 주말에도 출근해서 발표자료를 제작하였고 오늘도 야근을 했다.


그런데… 들이는 시간에 비해 결과물이 그리 좋지 않다. 어쩌면 이전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결과물이다.


문제점이 무엇인가 하고 봤더니 나는 PPT 템플릿만 계속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간에 발표 내용을 더 보완해야함을 알면서도, 이 PPT가 최대한 멋지게 보이길 바라면서 템플릿만 열심히 다운받고 수정하고 또 새로운 걸 찾고 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고 있다.


나는 왜 이 과정에 집착하고 있을까?


완벽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표 내용이나 발표하는 모습보다 PPT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왜냐구?


나는 시각적인 요소가 발표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 요소임을 안다. 그리고 PPT는 내가 가장 자신없어 하는 분야다. 그렇기에 더 매달리는 것이다.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이도저도 아니다 결국 시간에 쫓겨 가장 평범한 템플릿으로, 누가 봐도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을 것 같은 디자인으로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완벽주의자다.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완벽하길 바란다. 하지만 완벽한 자는 아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완벽하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른겠다.


나는 완벽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PPT 디자인을 고민하는 시간을 아깝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방향은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개선해 나가면 되는 것이고 그걸 아는 것이 완벽주의자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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