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작은 두드림
김후시딘의 휴대폰의 연락처에 연락처는 다 지운 지 오래고 집에는 점점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곧 다가올듯한 소멸을 위해서랄까 짐도 거의 비우는 중인 것이다.
그는 그나마 좀 더 비울 수 있는 건 비워보자 하고 이사 올 때 한번 해보았던 당근마켓을 다시 가입하고
나눔으로 몇 가지 올리고 한 가지는 판매로 올려보았다
공인중개사 책 5권은 새책인데 좀 지난 건데도 불구하고 바로 연락이 오더니
황금색 굵은 목걸이를 착용한 남자가 오더니 대뜸 "아 슈퍼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요"
하곤 말을 건다 그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네? 하고 반문하다가 그제야
나눔이니까 음료수라도 주고 싶었다는 의미로 해석하곤 아 예 하고는
잽싸게 책이 담긴 쇼핑백을 넘겨주었다 그 남자는
황금색 목걸이에 태양을 반사시켜 눈을 멀게 한 다음 사라졌다
그리곤 안 읽는 소설책 몇 권을 올렸더니 어떤 아저씨가 온다면서 자기도 책을 한 권 주겠다고
해서 호의를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님을 알지 못한 지난날에 대한 후회로
주시면 감사하게 받겠다고 했다 그 아저씨는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강아지를 끌고 나타나서
책을 받아갔다
김후시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구나
내일은 그가 보던 책을 받으러 여자분이 예약이 되어있고 안 쓰는 그릇 몇 가지를 나눔 한다고
예약이 되어있고 천주교 성경책이랑 성경필사 노트는 저렴한 가격에 사러 오신다 했다
이 성경책은 그가 한 여자에 매료되어 성당에 끌려가 새 신자 교육을 받다가 신부의 그 이글거리는
탐욕의 눈을 보곤 도망친 후로 집안에 방치되어 있던 것이다
그에게는 약간은 강박 같은 느낌이 있다 점점 비워야 한다는 뭐가 됐든
채우는 건 부정적이고 비우는 건 올바른 길이라는 알 수 없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몇 가지를 비우고 나니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쾌한 기분을 느꼈지만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엔 알 수 없는 번잡함과 뒤엉킴이 머리에 남았다
흙이 담긴 물통을 흔들어댄 느낌이랄까
그는 오늘도 일해보려고 옷을 입고 심지어 정장바지와 셔츠를 입고는 대기하다가 다시 벗었다
딱딱하게 굳은 시체에 언제까지 기대려고 하는 것인가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무상이라 했던가 자각하지는 못하겠지만 만물은 매 순간 변화하고 있는데
왜 시체처럼 굳어 버린 걸까 어디서부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래도 이렇게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서 잠깐이지만 대화를 했다는 것에 그는 알수 없는
채움을 느끼는 것이다.
김후시딘은 멍하니 앉아 "변화 변화 변화 "라는 말을 중얼거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