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후시딘의 이야기 2

행복하여라 이름 모를 여자여

by 톰슨가젤

김후시딘은 오늘도 낮에 겨우 잠들어 밤에 일어나서 겨우 우울한 마음을 이겨내고 일어나 씻고

나가서 대기 1시간 반정도 하다가 또 포기하고 배도고픈데 어떻게 해야 하나 이리저리 고민하고

방황하다가 동네 슈퍼에 가서 맥주 한 병과 동동주 한 병 두부 참치캔 하나 자두 4개 이렇게 구매했다


그 슈퍼에는 약간은 순둥이 같고 어벙벙한 여자알바가 있는데 나이는 40대 초나 30대 후반같다

통통하니 약간 맹하게 생겼다 예전에는 좀 긴장하고 맹해 보이더니 이제는 그 작은 슈퍼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리드하고 있었다 김후시딘에게 다 고르셨나요? 하면서 웃음을 보이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 기분을 잘 안다 아마도 불안정한 생활이 이어지다가 이제는 안정되어 가는 중인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기분 좋음은 무엇인가 김후시딘은 은둔형 외톨이가 된 지 2년이고 마지막 연락처였던

여자친구와의 관계까지 끊어져 버려서 그야말로 광야의 예수와 같이 혼자되었다 현대인에게 주어진 배려로

인터넷의 활동으로 약간의 피드백을 받으며 고통이 밀려오는 시간을 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김후시딘은 그녀에게서 좋은 기운을 느꼈다 부정적인 상태가 약간은 중화되는 기분이다

긍정적인 기운이란 저런 것인가 그렇다 어딜 가나 웃는 사람에겐 상대도 편해지게 마련인 것이다

김후시딘은 생각한다 난 언제 웃을 수 있는 것인가 내일은 그녀에게 나도 웃으면서 말을 건네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만 김후시딘은 말을 걸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는 여자는커녕 남자에게도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더욱이 그 여자는 이성이라기보다는 그 여자가 내뿜는 생동감에 격려를 해주고 푼

마음이었던 것이다. 혹은 격려를 받고 싶은 마음이 맞을 것이다.


슈퍼에서 받은 검은 봉지를 들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니 봉지가 바지와 마찰을 일의 키며 마치 춤을 추는듯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난다. 이 순간만큼은 봉지에 들어 있는 아주 소박한 행복이 그를 약간은 기분 좋게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는 동동주를 마실까 맥주를 마실까 어느 것을 먼저 마실까 고민하느라 머릿속은

이미 행복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다.


집에 와서 보니 자두는 단맛이 하나도 없는 맹탕에 뒤 쪽은 물러져 있었다

그래도 그는 이런 일에는 언제나 그려려니 한다 두부를 살짝 데치고 간장을 뿌려 놓곤 옆에 참치도 같이 얹어

술안주를 만들고 동동주를 한잔 따른다 술이 식도를 타고 넘어갈 때면 특히 첫 잔이 넘어갈 때면

마치 헤어진 가족이라도 상봉한듯한 쾌감이 드는 것이다. 이 순간이 분명 행복의 정점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두 잔 술이 들어갈수록 그 자신 내면의 배경색과 같은 어두움이 그를 감싼다


그 여자의 행복한 모습이 멋지기도 하면서 마치 자신은 이제 다시는 사회 속으로 갈 수 없다는 무언의 느낌에

그의 마음은 또 어두워지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그 여자의 생기 발랄한 웃음이 머릿속에 오버랩 된다

그녀의 행복한 모습이 그런 삶이 그가 가야 할 길이라고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이다


keyword
이전 01화김후시딘의 이야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