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초록

어거스트그린

by 박나킨


8월, 무더운 여름에 태어났다.

사주에선 "겨울 돼지는 펑펑 먹고 살 팔자, 여름 돼지는 평생 땀 흘리며 일할 팔자."라는데,

나는 후자였다.

애초에 태어난 달부터가 일종의 선고였다.


8월은 이상한 달이다.

학교 다닐 때도, 직장 다니면서도 생일을 제대로 챙겨본 적이 없다.

3월, 어색함을 뚫고 막 친구가 되는 시기.

4월, 5월, 6월.

서로의 이름을 챙겨 부르며, 알뜰살뜰하게 생일도 챙겨준다.


그런데 8월은 방학이다.

그리고 8월은 휴가이다.


지금은 태어난 날을 기뻐하는 것보다

죽을 날이 앞당겨진 게 더 찝찝하다.


그래서 나는 생일 썩 좋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첫 사업 '브랜드' 이름을

'어거스트 그린'으로 지었다.


이상하게도, 8월의 초록은 밉지 않았다.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도 거리를 푸릇하게 물들이는 나무들,

눅눅한 공기 속에서 잠깐의 시원함과 눈을 씻어주는 초록빛.


나에겐 그것이 위안이었다.

평온하고, 편안하고, 다정한 색.

적어도 초록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나는 초록에게 빚을 졌다.

그래서 사업 이름에까지 붙여 넣었다.

나도 그렇게 다정해지고 싶었다.

나에게, 남에게, 지구에게.


하지만 지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나는 '착한 디자인'을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패스트패션, 패스트푸드, 패스트라이프.

쏟아내고 버리는 건 죄다 인간이었지만, 결국 쓰레기를 뒤집어쓰는 건 지구였다.

나는 그걸 고치겠다며 상품을 만들었지만, '만드는 순간'이미 환경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나는 결국 멈췄다.

야심 찬 계획은 무너졌다.

'사업은 만들고 팔고 돈을 벌어야 한다'

내 사업은 돌기도 전에 벽에 머리를 박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친환경적인 선택은 사업을 접는 것이었다.

이렇게 내 구호는 실천되었다.

"소비를 멈춰라."

내가 망한 덕에 지구가 조금이라도 쉬겠지.


웃픈 일이다.

브랜드를 구하겠다고 시작했는데, 결국 내가 구한 건 내 양심뿐이었다.

내 이름 앞에 한때 '대표'라는 두 글자가 붙었었다.

남은 건 자기만족과 약간의 허세였다.


사업은 실패했지만, 초록은 남았다.

8월에 태어나 소외받던 날들을 견디게 한, 그 다정한 색.

나는 이제 초록을 다시 본다.

상품이 아니라, 내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배경으로.


사업을 이어간다는 건 멋진 구호가 아니라, 끝없는 모순과 타협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초록만은 다르다.

적어도 나와 눈을 마주할 때는.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결국 내가 지켜낸 건 사업이 아니라, 계절의 색이었다.

8월의 초록, 그 다정한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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