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음의 미학

라탄 공예 강사

by 박나킨

라탄은 야자수과의 줄기다.

단면을 들여다보면 숨구멍이 송송.

딱딱하던 줄기가 물을 머금으면, 말이 통한다.

5분에서 10분 정도면 고집을 풀고, 아주 부드러워진다.

그때부터 손이 설득을 시작한다.


나는 자연에서 나온 식물 줄기로, 바구니를 만든다.

의자도, 가방도, 접시도 만들 수 있다.

모양은 동그랗게, 네모나게, 똑바르게, 어쩔 땐 비뚤게도.

내가 원하는 대로 모두.


손이 가는 대로 젖을 땐 순해지고, 마르면 제자리를 잡는다.


라탄은 숨을 쉰다.

습하면 곰팡이가 일어난다.

작업이 끝나면 잘 말린다.

오일을 얇게 결 따라 한 번 더 쓰다듬는다.

보통 이틀에서 사흘.

그 사이 집 안엔 꼬릿 꼬릿 한 대나무 냄새와 물기 빠지는 소리가 난다.

조용한 공장, 세상엔 하나뿐인 작품.


엮는 동안엔 시간이 앞으로만 달리지 않는다.

사업도, 사랑도, 일도 모두 눈을 까맣게 칠하고 앞으로만 달리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잠깐 멈춰 앉는다.

손만 계속 움직인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생각이 빠져나가고, 숨이 들어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손에는 바구니 하나가 생긴다.


보이지 않던 노력 대신, 보이는 손의 시간.

그게 나를 살렸다.

웃게 만들었다.

모양은 약간 비뚤었지만.


등허리에 격자 자국이 찍힐 만큼 오래 앉아 있어도 좋았다.

그 자국은 통증이 아닌, 흔적이니까.

오늘 내가 여기 있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세상은 손보다 빠르다.

중국산의 물류, 다이소의 가격표, 숫자가 만든 직선들이 내가 만들어 가는 곡선을 눌렀다.

단가와 수량은 물에 불려 유연하게 만들 수 없었고, 나는 다시 그렇게 말라갔다.


결국 접었다.

접는다는 말이 이렇게 무겁구나, 또 느낀다.

알면서도, 겪었으면서도, 아프다.


대신 집은 마치 킨포크 잡지 같다.

접시, 조명, 의자, 심지어 연필꽂이까지 모두 라탄이다.

숨구멍이 있는 것들로 방이 채워졌다.


습한 날엔 곰팡이가 성격을 드러내고, 맑은 날엔 오일 광이 기분을 올려준다.

나는 그때마다 창문을 열어 통풍을 하고, 손바닥으로 결을 쓸어본다.

눌린 만큼 자국이 남고, 말린 만큼 빛이 난다. 마치 살아있단 증거처럼.


서랍 속엔 활짝 웃고 있는 내가, 박혀 있는 라탄 강사 자격증이 있다.

그 웃음에도 빈틈이 있다.

나는 접은 일을 미워하지 않는다.

실패라 부르는 그 일에 너무도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

또 적셔서 부드럽게 하고, 말려서 단단하게 만들면 된다.


라탄은 그렇게 방법을 가르쳐줬다.

견고함보다 인내심, 선언보다 반복, 꽉 막힘보다 통풍을.


오늘도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면 벽에 그림자가 격자로 오른다.

손가락을 넣어 한 칸을 더듬는다.

더 이상 엮을 수 없는 구멍이 나올 때까지. 거기서 멈춘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내일의 가닥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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