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재 기간 동안에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운전도 조심
사람도 조심
행동도 조심
말도 조심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도대체 뭘 하고, 뭘 조심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오래된 친구가 전화통화로 하소연을 한다.
친구이므로, 그녀도 역시 삼재 중.
새해벽두부터 두 가지의 해프닝을 겪은 뒤,
'아 정말 삼재인가 봐' 하고 실감하는 중이란다.
그녀가 겪은 일은 평범하게 넘어갈 수 있을만한 해프닝이었는데, 하필이면 불운이 그 우연의 손을 잡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 대여섯 가지 중
네 번째 정도로 곤란한 결말을 맺게 되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복잡한 수학문제처럼 해답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클레이키건 작가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주인공 빈 펄롱의 일상을 잔잔하고 섬세하게 담고 있다. 이 소설은 평범함을 위대하게 만든 열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 문호인 '톨스토이'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 다양한 글을 통해
삶의 본질적 요소가 무엇인지 전달하고자 하였다.
우리 고모가 좋아하는 가수 조용필 님께서도
명곡인 '바람의 노래'에서 살아가는 해답으로 위의 두 작가와 같은 것을 이야기한다.
바로'사랑'이다.
삼재든 대운이든,
어떤 이유로 현재 불운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우리는 더욱 '사랑'이라는 치트키를 꺼내야 한다.
소중한 시간과 정성과 체력과 돈의 허실을 점검하고 나와 타인을 살리는 데 써야 한다.
내가 타인을 돕는 것을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 타인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므로 운이 좋은 것이다. 타인의 좋은 운의 영향권에 나의 자원을 기여함으로써 복을 불러오는 원천이 되는 덕을 쌓을 수 있다.
위의 네 가지 중에서(시간, 정성, 체력, 돈)
현재 나에게 가장 넉넉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바로 '돈'이다. 정말 멋진 소리다!!
현재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요일별, 시간별로 정해져 있으니 시간이 탈락되었고,
삼재 때는 혹여나 정성이 오지랖으로 오해되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 정성도 탈락,
체력을 얻기 위해 운동을 하면 체력이 고갈되는 저질체력의 소유자로서 체력마저 탈락되었다.
이렇게 세 가지가 탈락되고 보니 남은 것이 '돈'밖에 없어서 그야말로 내가 '가진 게 돈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은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좋은 일에 돈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세상에는 돈을 쓰지 않고도 나눌 수 있는 귀한 것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내가 '돈'을 쓰기로 한 것은 일종의 액막이 같은 심정이다.
무탈을 염원하는 부적보다 세상에 보시하는 편이 내 마음에 들었다.
지출내역을 정리해 보니 한 달에 30만 원 정도는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때 슬그머니 딴생각이 끼어든다.
과학과목이 재미있지만 어렵다는 아이의 학원비와 마침 딱 맞아떨어진다.
'나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쓸 데가 많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착한 일 마일리지를 쌓으면 우리 가족이 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직 보내지도 않은 아이의 과학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동안 아이들의 생일 선물은 당연히 '내 아이가 갖고 싶은 것'내지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부족함도 없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만족도가 높을 만한 선물을 알아보는데 시간과 돈이라는 나의 귀한 자원을 당연하게 썼다.
마치 그것이 꼭 필요한 부모역할이라도 되는 것처럼.
작년 큰아이 생일에는 몇 달 동안 모은 돈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 기부하고 아이이름이 적힌 기부증서를 선물했다.
혜화동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 갔을 때 기부자 명단을 새겨놓은 벽을 본 적이 있는 아이는
나의 생명과 타인의 생명이 연결된 느낌이라며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남편의 건강에 적신호가 울리고 나서야 건강을 잃는다는 것의 두려움을 만났다.
건강한 자녀를 선물 받고, 따뜻한 집에서 가족이 모여 편안하게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몸과 마음을 흠뻑 적실만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겨우 영양제 몇병과 맞바꿀만 한 액수의 환아 진료비를 기부하면서 '내 아이는 건강해요'라는 사실이 상대방을 슬프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것을 글로 옮기는 지금도 먼지처럼 작은 일을 내세우는 것이 부끄러워서 여러 번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선(善)을 행함에 있어서 복을 받고자 하는 이기(利己)의 마음이 밑바탕에 있는 나를 고백한다. 이기(利己)의 마음을 흔한 질투나 욕망이 아닌 선으로 행하였으니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느냐는 치기 어린 투정도 부려본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풍화된 이기의 마음이
나 자신과 화합물이 되어 마음과 행동의 경계가 없어지는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온마음으로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돈 안 드는 일곱 가지의 나눔'에 대해서 소개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해야겠다.
1. 안시(眼施) :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길
2. 안시(顔施) :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얼굴 표정
3. 언시(言施) : 따뜻하게 남을 격려해 주는 말
4. 신시(身施) : 몸으로 남을 도와주는 것
5. 심시(心施) : 마음속 깊이 남을 위로해 주는 것
6. 좌시(座施) :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
7. 숙시(宿施) : 남에게 쉴 자리를 제공하는 것
삼재를 살아가는 오늘의 생각_7
약속해.
오늘만이라도 다 함께
내 안의 인류애 점검.
사랑이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