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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Dec 18. 2024

올해의 마무리는 양파, 마늘 비닐 씌우기

소소한 텃밭의 마무리는 비닐작업

봄부터 가열하게 달려온 텃밭 일정이다.

작물이 이것저것인 탓에 일에 쉼이 없었다.

냉이 캐고, 달래 캐고, 마늘종 뽑고, 고구마줄기 끊고, 옥수수 꺾어 먹고, 배추 심고, 무 심고, 감자 캐고, 고구마 캐고, 마늘 뽑고, 양파 뽑고 중간중간 잊지 않고 잡초제거 하기.

이 모든 일정의 시작마다 흙을 갈고, 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흙을 덮고의 반복이었다. 새로 시작할 때마다 비닐을 제거해줘야 하는 것도 당연지사.


양파와 마늘은 월동을 할 수 있는 작물이라 비닐을 덮어서 미니 하우스처럼 만들어 주는데 그 작업이 우리 텃밭 한 해 농사의 마무리 작업이다.

비닐에서 시작해서 비닐로 끝나는 농업이니 약 안 하고 내가 먹을 거 하는 텃밭농사지만 마음만큼 친환경적이기는 정말 너무나도 어렵다.

재작년에는 비닐지원사업을 신청해서 생분해비닐로 작업했는데 이것이 지원을 받아도 일반 비닐의 2 배 값을 지출해야 했다. 실제로는 일반비닐의 3배 가격인 셈이고 지원은 1/3이니 그래도 우리 먹는 거 심겠다는 텃밭에 돈 주고 사 먹는 것의 몇 배가 넘는 비용을 써야 한다. 사 먹는 것은 심어 먹는 것에 비해 가격도 매력적이고 일단 노동의 품이 들지 않는데 친환경비닐로 내가 직접 심어서 먹으려면 돈도 몇 배로 들고 품도 몇십 배로 든다. 여하튼 나의 텃밭은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다. 그저 먹거리의 일부를 자급자족 한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 하나를 건질 수 있다. 때마다 일거리가 지천이니 아이들이 굳이 고구마 캐기 체험, 감자 캐기 체험을 가지 않고 자연적으로 모든 일에 참여한다. 집안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밭일하는 걸 걱정하시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집중력이라는 게 어른처럼 힘들어도, 해야 하니 한다의 수준은 아니고 살짝 재미있을 정도만 하는 거라 아이들이 직접 농산물을 만지는 것에도 부모로서의 뿌듯함을 장점으로 하나 추가한다. 아이들이 반찬을 먹을 때마다 우리 거야?라고 묻는 건 본인들도 농사의 주체가(?) 되었으므로 확인하는 것일 테다.


내년엔 내년의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을 텃밭을 둘러보며 나는 언제까지 이 텃밭을 관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생전 화분하나 가꿔보지 않고 꽃 구근 하나 심어본 적 없던 내가 갑자기 농업경영인이 되어서 주변에 나눠줄 만큼의 소출은 거두고 있으니 사람일이라는 건 참 알 수 없는 일이구나 싶다. 그러니 뭐 언제까지 할지 가늠하랴 하는 만큼 하는 거지.


아 텃밭농사의 최대 장점은 뭐니 뭐니 필요 없고 딱 하나. 나눠먹기 딱 좋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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