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으로서의 삶 (2)_

그냥 본인이 늦게 오신 거 아니에요?

by 현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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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ㅇㅇ역에서 내리신 분 아니세요?”


나에게 말을 건 사람은

이십여 분전 역에서 마주친 역무원분이셨다


나와 같은 공간에 사람이 서 있다는 것만으로

긴장이 풀리고 왠지 모를 서운함에

북받쳐 올라 목소리가 떨려왔다


나갈 수가 없도록 다 닫혀있더랬다고,

전화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자

들고 있던 키로 눈앞의 철조망을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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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람이 다 나가면 연락을 드리거든요

이게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보니 그래요

제 관할이 아니라 잘 모르겠네요

저기 관리하는 사무실 보이시죠?

한번 가서 물어보실래요? “


이미 원래 타려던 차는 떠난 후의 시간,

막차를 타기까지 20분여간의 시간이 비었다


울먹거리려는 마음을 애써 삼키고는

카드를 찍고 멀찍이 보이는 사무실로 향했다


어찌 됐건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나는 알아야 하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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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둑히 불을 켜두고서 앉아 계신 두 분이 보였다


.. 제가 12:15에 출발하는 열차로 환승하려 했는데,

12:5쯤에 환승개찰구 앞이랑 출구가

다 막혀있더라고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혹시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저희가 다 확인하고 닫거든요

제가 12시쯤 확인했을 땐 아무도 없었고요 “


음.. 열차 시간이 아직 두 타임이나 남아있는데

앞을 다 막아두시면 아무도 못 나가지 않나요?

혹시 이 시간쯤이면 항상 이렇게 닫히나요?

다음에 이런 상황이 있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 아뇨 저희가 사람 없는 거 다 확인했고요

그냥 본인이 늦게 오신 거 아니에요? “


“ 본인 성함이랑 연락처 좀 불러주세요

나중에 따로 연락하시지 마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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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요청하는 물음에

날 선 대답들만이 되돌아왔다


단지 이런 상황이 다시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원래 이런 상황이 잦은 건지가 알고 싶었다


답답한 조명

답답한 대답

답답한 공기


모든 것이 나를 눅눅하게 짓눌렀고

또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마치 죄인 취급하듯 다그치는 말투


더 이상 실랑이를 하고 있을 힘이 없었다


.. 제가 허리랑 다리가 좀 아파서요

늦게 걸어왔던 게 이렇게 됐네요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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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아..

외마디 말을 내뱉는 두 사람에게

감사인사를 하고서는 힘없이 뒤돌았다


한 분이 다리를 절며 나오는 내 뒤를 쫓아 나와

정말 민원 넣으실 생각은 없는 거죠?

인적 사항 기입 안 해두셔도 되겠어요?

라는 물음에 괜찮다고 말한 후 걸음을 이어갔다


기다란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딛는 순간

내가 있던 층이 머리 위로 보이지 않게 된 순간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나 너무 무서웠다고

죽게 되는 줄 알았다고

엉엉 그렇게 소리 내며 울었다


주위에 누가 있는 게

전혀 신경 쓸 바가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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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가 오기 전 5분, 출발하기 전 5분,

그렇게 엉엉 울고 나니

건너편 검은 유리창에 비친

힘없는 아이가 보였다


장애인, 노약자, 그런 표시와 함께

내가 보였다


애달프고 처량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그만 이 아픔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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