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그 어느 날의 단상 2

by 가릉빈가

2년 전에도 비가 오더니 오늘도 비가 옵니다. 그 날도 우산을 안 들고 바깥에 나섰는데 오늘도 들고 가지 않고 나왔습니다. 그 날도 사외에서 점심 약속이 있었듯 오늘도 바깥에서 점심 약속이 있었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날은 어마무시한 핫핑크 우산을 샀고, 오늘은 빨간 우산을 함께 썼습니다. 그 날은 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우산을 써도 무용지물이었는데, 오늘은 가락비로 오히려 기분 좋은 가을비입니다.


그 날은 다른 부서 부장님이 낯선 회사에 입사해 고생한다며 1인당 몇만 원이나 하는 비싼 오리고기찜 같은 걸 사 주셨는데, 오늘은 낯선 교회에서 잘 적응하는 새신자 아이에게 설렁탕과 커피를 사줬습니다.


그것 외에도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그 날은 이미 한가위도 지났고, 또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오늘은 곧 다가올 한가위에 서로 덕담을 나누며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라고 인사하며 헤어졌는데 말입니다.


그 날의 나는 답답하고 붙일 곳 없는 맘에 회사 회전문 앞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그저 주억거리기만 했는데, 오늘은 그러한 고상한 감상따위 하나 없이 지금 하고 있는 한가위 맞이 게임 이벤트에 기록을 세울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니 참 생각도 없이 가볍게 지냅니다.


그 날 이후 2년입니다. 2년 사이 나는 여전하고, 또 달라져 있습니다. 항상 그저 그런 것 같더니 그래도 앞서 나간 것도 있고, 혹은 더 뒤처져 버린 것도 있습니다. 내가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계속 변할 것이고, 그게 변화일지, 변질일지는 여전히 나의 몫이고, 각자의 몫일 겁니다.


올해 가을이 늦어 아직 주황색 잎은 보이지 않으나 아마 곧 거리에 떨어진 낙엽을 발로 스치며 걸어갈 날도 곧 오듯이. 또 2년 후에는 어떨지... 그때 나는 어떤 상황이고, 어떤 감정이고, 어디에 있고, 난 얼마만큼 변화하고 변질됐는지... 그때 가면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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