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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Dec 25. 2021

[기후의 힘](2021) - 박정재

'기후의 힘'을 억제해야 우리가 산다

'기후의 힘'을 억제해야 우리가 산다

- [기후의 힘], 박정재, <바다출판사>, 2021.





"'빅 히스토리(Big history)'는 역사학에서 처음 파생된 개념이지만 인문학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하다. 역사학 외에도 천문학, 지질학, 기상학, 해상학, 생물학, 인류학, 고고학, 지리학 등 다양한 학문이 서로 얽혀 진행되는 학제 간 연구인 '빅 히스토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다."

- [기후의 힘], <프롤로그>,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는 자신의 책 [기후의 힘](2021)에서 '빅 히스토리'는 역사학의 범주에 속하지만 '인문학'은 아니라고 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1997)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2011) 등으로 촉발된 '빅 히스토리' 유행을 보면 역사학이라고 해서 인류만 중심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 일체의 연구 성과를 접목하여 과거를 분석하고 현재를 들여다 보며 미래를 내다본다. 우리나라 지리학계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박정재 교수는 그러면서도 이 책의 말미 <감사의 글>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는 기상학자와 같은 자연과학자가 아니라 인간을 함께 공부하는 지리학자"라고 설파한다.

저자는 과학에 매몰되지 않는 '인간주의'로서 '인문학'에 단단히 뿌리를 두고 '기후의 힘'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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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오세를 마지막으로 제3기가 끝난 후 대략 260만년 전부터 제4기가 시작된다. 제4기는 플라이스토세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기인 홀로세로 구성되므로 제4기의 시작은 곧 플라이스토세의 시작이다. 학자들이 말하는 '빙하기'는 대체로 '플라이스토세'를 의미한다."

- [기후의 힘], <2. 빙하기란 무엇인가>, 박정재.



19세기 스위스계 지질학자 루이 애거시즈(Louis Agassiz) '빙하기(Ice age)'라는 말을 처음 썼다. 그는 진화론이 아니라 창조론을 끝까지 옹호했다지만 종교가 아닌 과학의 입장에서였다.

260만년 전부터 대략 1만년 전까지의 오랜 기간인 '플라이스토세' 전체가 '빙하기'였다. 그 중 가장 추웠던 '최종빙기 최성기'는 2만4천년 전부터 1만9천년 전이었단다. 이후 약 1만년 간 '만빙기' 등의 쇠퇴기를 거쳐 1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기간이 바로 '홀로세'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은 인류가 자연을 망치고 있는 지금의 기후변화 시기를 '인류세'로 부르기도 했고,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자연이야 파괴되든 말든 자연과 인간을 상대로 한 끊임없는 잉여가치 착취를 멈추지 않을 작금의 자본주의는 아예 '자본세'라 불러야 한다고 일본의 마르크스주의자 사이토 고헤이는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벗어나 농경사회로 정착한 1만년 전부터 지금까지를 이르는 학문적 시기명칭은 '홀로세'다.


600만년 전 오스랄로피테쿠스가 나무에서 내려와 초원을 거닐 때는 지구가 온난했는데, 이들이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시기가 대략 이 '빙하기'와 겹칠 것이다. 빙하기에는 한 곳에 정착이 불가능했기에 상대적으로 덜 추운 해안가로 몰려갔을 테고, 해안가와 강가는 먹을 거리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나았을 테니 점차로 정착 비슷한 생활을 했겠지만 농경을 통해 먹고 살기 시작한 것은 그래봐야 '고작' 1만년 전부터였다. 물로부터 문명이 시작되고 치수에 성공한 지도자가 추앙받은 이유다.

아무튼,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기 시작한 약 20만년 전은 여전히 들쑥날쑥 빙하기였으니 인류는 수렵과 채집을 오랜 기간 영위하다가 비로소 원시 작물과 가축을 길들이며 물가 주위에서 지금으로부터 약 1만여 년 전부터 정착 문명을 구축했다.





"'여섯번째 대멸종'... 인간의 환경교란 때문에 멸종된 동식물의 수가 과거 있던 '다섯 차례의 대멸종'으로 사라진 동식물의 수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다섯 차례의 대멸종에는 백악기에 운석 충돌로 발생한 대형 파충류(공룡)의 멸종 또한 포함된다."

- [기후의 힘], <6. 거대동물이 갑자기 사라지다>, 박정재.



1만년 전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과 이집트 나일강, 인도의 인더스강과 중국 황하 문명이 정착 농경문화를 발전시켰으나 이후 '8.2ka(8천2백년전)'와 '4.2ka(4천2백년전)'를 비롯한 수차례의 정기적인 '한랭기 이벤트'들과 대략 5백년 주기로 찾아온 '소빙기'는 이 정착민들을 다른 지역 해안가 등지로 내몰았다.

우리 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농경이 시작된 시기가 약 4천년 전이었고 이로부터 발달한 한반도 서남부의 남방 '송국리' 문화가 또 다른 '소빙기'를 맞아 일본 남부로 건너가 '야요이' 문화로 정착한 게 대략 3천년 전이다. 기후변화에 맞아 앉아서 죽느니 이에 맞서 미지의 땅을 찾아 적극적으로 이동한 '사피엔스'들의 혁신이 우리 동아시아 한반도 일대에서도 펼쳐졌다.

인류가 문명을 일군 약 1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략 5백년 주기로 '소빙기'가 찾아왔는데 각 지역별로 그 시기는 차이가 나지만 중국의 한, 당 고대왕조와 송, 명 중근세왕조가 약 그 주기로 번성하다가 멸망했다. 기후 위기로 농사가 안되고 왕조들이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을 때, 전염병이 돌고 대규모 농민반란이 일어났으며 썩은 왕조가 무너졌다. 로마의 주기적인 위기와 쇠망도, 고구려와 백제의 쇠퇴와 멸망도, 몽골제국 및 원나라의 번성과 우리 고려의 '무신정권' 및 아홉 차례 '여몽항쟁'도, 이후 고려와 조선의 흥망 또한 이 주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까운 우리 역사에서 19세기 삼정 문란과 홍경래의 난과 같은 조선 후기 '민란의 시대' 또한 조선 초기 이후 다시 도래한 '소빙기'의 영향이 아니라고 볼 수도 없다. 18세기 서양의 산업혁명은 석탄을 많이 태우기 시작하여 지구의 온도를 높이기는 했지만 그 시기 서양 또한 '소빙기'였을 수도 있다. 기후변화로 힘든 와중에 자본은 '인클로저'로 농민들을 땅으로부터 도시로 쫓았는데 도시의 산업노동자가 된 이들을 대규모로 착취했고 정부는 이를 부추기고 옹호했다. 새로운 혁명 주체인 노동자 계급은 19세기 중반부터 혁명의 반란을 시작했다.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등장한 산업 프롤레타이라 계급은 '계급투쟁'의 인류역사를 종결짓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적 임무'를 과학적으로 부여받았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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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으로 보면 정치경제학적 분석과 규명이 가능한 한편, 자연과학적으로는 주기적 기후위기와 이를 가속화시키는 인류가 보인다.

박정재 교수가 천착한 지점이다.





"대략 8천년 전에 기온이 최고점에 오른 후 그 수준이 4천3백년 전까지 유지되었다. (홀로세 기후 최적기) 이후 5백~2백년 전에 이르면 '8.2ka 이벤트' 이후로 기온이 가장 낮아지는데, 이 시기가 신빙기의 핵심 구간인 '소빙기'다... 고대 사회의 흥망성쇠를 이러한 신빙기 기후변화와 연관시키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 [기후의 힘], <9. 생태계가 풍요로워지다>, 박정재.



자본의 무한증식 운동에 편승한 인류의 탐욕이 지구 온난화의 기후위기를 확대하고 주기를 단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와 이로 인한 '세차운동' 및 태양 흑점 변화가 복합된 일조량 축소 등 기본적인 기후변화는 수십억년 반복되어 왔다. 이로 인해 백악기 말 공룡의 멸종까지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운석 충돌이나 화산 대폭발 등의 외부 요인도 한 몫 했단다. 그러나 지금 기후 대위기 시대의 '여섯번째 대멸종'의 주범이 우리 '사피엔스'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 신대륙의 대형 포유류는 인간이 새로 정착하고 반세기 이내에 대부분 멸종했다.

이 자본가들은 지금도 지구를 착취하다가 우주로 튈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의 홀로세 또는 '인류세'를 '자본세'로 바꿔 부르자는 마르크스주의자 사이토 고헤이의 주장은 지구 평균기온이 2~3도 오르기 전에 자본주의를 끝장내자는 매우 급진적인 대안을 내놓으며 본인은 자연과학을 심화학습하던 말년의 마르크스와 같은 심정으로 '인류세의 [자본론]을 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론이나 다듬으며 기다릴 시간이 없다. 당장 변혁을 실천해 나가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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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재 교수는 이 정도 급진성은 아니더라도 자본을 통제하고 나아가 변덕스러운 '기후의 힘'을 억제하는 우리 인류, 즉 '사피엔스'의 혁신을 믿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 조건은 무지막대한 '기후의 힘'을 억제하는 우리 '사피엔스'의 '혁신'적 지혜와 실천이다.

'자연과학자'가 아니라 '인문학자'를 자청하는 지리학자가 기후위기 시대의 '책문'에 제출한 답안이다.



"인류는 지구의 생태계가 회복불가의 임계점에 다다르기 전에 온실 기체(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의 증가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일의 가능 여부가 미래 인류의 생존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호모 사피엔스가 농경 시작 이후 문명을 이루고 국가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혁신 능력은 실로 대단했다... '기후의 힘'을 억제해야 우리가 산다."

- [기후의 힘], <14. 지구를 위협하는 변화의 증후들>, 박정재.


***


1. [기후의 힘], 박정재, <바다출판사>, 2021.

2.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 기후위기 시대의 자본론](2020), 사이토 고헤이,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1.

3. [사피엔스](2011), 유발 하라리, 조현욱 옮김, <김영사>, 2011.

4. [로마의 운명](2017), 카일 하퍼, 부희령 옮김, <더봄>, 2021.

5. [공산당 선언](1848), 마르크스/엥겔스, 남상일 옮김, <백산서당>,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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