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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Feb 04. 2023

[일반이론](1936) - 존 메이너드 케인즈

- 위험한 것은 '사상'이지...

위험한 것은 '사상'이지...

-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존 케인즈, 1936.




1.


역시,

경제학은 어려웠다.


자본주의 확장과 발전을 보며 '본의 아니게' 사회주의를 전망했던 요제프 슘페터의 책,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1942)를 억지춘향이로 읽고나서, 20세기 '천재 경제학자'로 꼽히는 슘페터가 마르크스주의만큼이나 견제했다던 동갑내기 경제학 천재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말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케인즈의 주저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넘기면서 새삼 확인한 사실이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298


경제학은,

내 적성은 아니었다.



2.


"어려움은 새로운 관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자라온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라온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구석구석까지 침투되어 있는 관념으로부터 탈출하는 데 있는 것이다."

-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서문>, J.M.케인즈, 1935.2.



20세기 최고의 '천재 경제학자' 되고 싶었을 슘페터가 '사회주의' 전망한 이유는, 자본주의 모순을 밝혔기 때문도, 착취당하는 다수 노동계급을 위해서도 아닌, 자본주의가  '창조적 파괴' '기업가 정신'으로 인해 무한 성장하다 보면 2 대전  영국과 미국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체제가 발전할 것이고, 팽창하는 자본주의 속성상 누진세와 국영화를 통해 자연스레 '사회주의' 도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슘페터의 '예언' 틀렸고 수십년  그가 전망했던 세계 경제체제는 '신자유주의' 형태로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했다. 물론, 지금의 '럭셔리'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재화를 분배하고 본의 아니게 '공공재' 무한생산하게 되면서 그가 말한대로 점점 '사회주의화'되고 있는지 모른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173


아무튼, '예언'하는 모든 '사상'은 '위험'하다. 그리고  일찍이 이를 알려준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케인즈이기도 했다.


'창조적 파괴'의 '기업가 정신' 밖에 모르는 슘페터에게 마르크스주의 혁명은 무책임한 선동이었고, '완전고용'을 지향했던 케인즈는 자본주의의 확장성을 모르는 '정체론자'의 대표논객이었다. 슘페터가 보기에 1883년 동갑내기 천재 케인즈는 슘페터 본인처럼 경제학 교수도 아닌, 경제관료로서 거시경제학 논객이었지 '경제학자'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슘페터는 평생 또 다른 경제학 '천재'였던 케인즈를 의식했다.





"나는 '고전파' 이론들의 공준들은 오직 특수한 경우에 한하여 타당하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1-1. 일반이론>, 케인즈, 1936.



1883년생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는 20세기 초중반인 1936년에 '완전고용(full employment)'과 '유효수요(effective demand)'라는 주요 개념으로 '거시경제학'의 논쟁을 촉발했다. 고전파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나 케인즈는 슘페터처럼 '경제학자'라기 보다는 영국 재무부 경제관료로서 현실적인 경제정책을 끊임없이 제출했다고 한다.

한편, 1929년 대공황 이후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은 케인즈주의 영향은 아니고 우연히 겹치는 사상과 정책이다.


케인즈의 주저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이하 [일반이론])을 통해 제창된 '케인즈주의'는 국가의 공적 지출을 통한 '완전고용'과 저축(투자)과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유효수요'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불평등'을 점차로 완화하자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여러가지 용어들의 형형색색의 용법의 혼란 속에서 하나의 확정점을 발견한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저축액은 개개 소비자의 집합적 행동의 소산이고, 투자액은 개개 기업자의 집단적 행동의 소산이면서, 이 두 액수은 필연적으로 일치하게 된다...

...

소득 = 산출물의 가치 = 소비 + 투자

저축 = 소득 - 소비

따라서,

저축 = 투자 ((소비+투자)-소비)..."

- [일반이론], <2-6. 소득, 저축 및 투자의 정의>, 케인즈, 1936.



이를 위해 케인즈는 주류경제학 일체인 '고전파 경제학'의 '추상성'을 일관되게 비판하는데, 이들 '사상'의 "낡은 관념으로부터 탈출"(같은책, <서문>)하는 어려움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이들 고착화된 개념들이 사실 '일반이론'으로 작동하기 위해 새롭게 현실적으로 재규정되는 "유쾌함"(같은책, <2-6>)을 즐기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분석의 긍극적 목적은 무엇이 '고용량'을 결정하는가를 발견하는 데 있다."

- [일반이론], <3-8. 소비성향:1.객관요인들>, 케인즈, 1936.


"... 고용이론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나는 오직 두 개의 기본적인 수량단위, 즉 '화폐가치'의 수량과 '고용'의 수량만을 이용할 것을 제창하고자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위를 엄격히 두 개의 단위, 즉 '화폐'와 '노동'에 한정..."

- [일반이론], <2-4. 단위의 선정>, 케인즈, 1936.



'완전고용'의 이상사회를 상정하고 있기에 케인즈의 경제학에서도 '노동'이 기본 개념이 된다. 그렇다고 아담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 나아가 이들의 유산을 일부 물려받은 마르크스까지 고전주의적 정치경제학이 근간으로 두고있는 '노동가치론'을 다루지는 않고 있다. 케인즈는 [일반이론]에서 이미 고용된 90%의 임노동의 형태를 바꾸기보다 고용되지 않은 10%가 고용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같은책, <6-24>).


케인즈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은 부러 무시하듯 언급도 거의 하지 않는데, '자본'이나 '노동', 그리고 '화폐'를 논할 때 '상품'이라든가 '노동가치론'을 준거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당시까지 '고전파' 경제학이 '노동가치론'에 대항하여 발견한 주요개념인 '한계(marginal~)' 개념을 사용하여 '자본의 한계효율'을 최소화할 정도의 풍부한 자본 확충을 통해 '유효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완전고용'에 이르러야 한다는 경제 '사상'이라기 보다는 경제 '정책'을 제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폐'는 그 사용량이 확대되고 화폐 사용에 대한 대가로서 '이자율'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실업(완전고용 실패)'과 '불평등'이라는 자본주의 폐해(같은책, <6-24>)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서 '이자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는 상당히 광범위한 '투자의 사회화'가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를 확보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대부분의 경제생활을 포괄할 '국가사회주의' 체제를 옹호할 만한 분명한 이유는 없다. 국가가 인수할 중요한 사항은 '생산용구(생산수단)의 소유'가 아니다. 만일 국가가 생산용구를 증가시키시 위해 투입되는 총자본량과 그것을 소유하는 사람에 대한 보수의 기본율을 결정할 수 있다면, 국가는 그것으로써 필요한 모든 일을 다 성취하게 되는 셈이 된다. 뿐만 아니라 '사회화'를 위하여 필요한 조처는 점진적으로, 그리고 사회의 일반전통을 파괴하지 않고 도입될 수 있는 것이다."

- [일반이론], <6-24. 일반이론이 도출하는 사회철학에 관한 결언>, 케인즈, 1936.



케인즈에게 경제불황에 대한 대책은 이자율을 낮춰 '준호황' 상태를 유지하는 것인데(같은책, <6-22>), 자본의 한계효율을 최소화시킬 정도의 자본 확충을 통해 저축 또는 투자와 소비의 균형으로서 '유효수요'를 충족시키는 '완전고용' 사회를 지향하면서 경제정책을 실행하면, 당시의 현실사회주의 체제처럼 전반적인 국유화의 '국가사회주의' 또는 급격한 '혁명' 없이도 점차적인 자본주의 모순 극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그의 결론이다.


그 외 내가 읽기에 중요한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사회의 두드러진 결함은 '완전고용'을 성취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부와 소득의 분배가 자의적이고 '불평등'하다는 점에 있다."

- [일반이론], <6-24. 결언>, 케인즈, 1936.


"... 자본 일반의 한계효율을 이자율과 거의 균등('제로')하게..."

- [일반이론], <4-18. 고용의 일반이론 재설>, 케인즈, 1936.


"...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서서히 인상하게 하는 정책... 선호한다."

- [일반이론], <5-19. 화폐임금의 변화>, 케인즈, 1936.




3.


"경제학자와 정치학자들의 '사상(思想)'은...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 사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이 밖에 별로 없는 것이다... 나는 기득권의 위력은, '사상'의 점진적인 침투에 비하면, 매우 과장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빠르든 늦든, 선에 대해서든 악에 대해서든, 위험한 것은 '사상'이지 기득권익은 아니다."

- [일반이론], <6-24. 결언>, 케인즈, 1936.



케인즈는 '경제학자'였지만 이론으로서 '사상(思想)'을 중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험"(같은책, <6-24>)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 유일한 균형의 위치... 자본 축적량이 '한계효율'을 제로(0)로 만들기에 넉넉한 크기이면서 동시에, '완전고용'까지 실현되어 있고 이자의 형태로 얻을 수 있는 아무런 특별배당도 없는 상황에서 장래를 위해 대비를 마련하고자 하는 공중의 총체적 욕구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큰 부의 양을 표시하기도 하는 그러한 상태이다... 이자율이 제로가 되는 바로 그 점이 아니라, 이자율이 점차적으로 저하하는 과정에서 제로가 되기 전의 어떤 점에서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만약 '자본의 한계효율'이 제로가 되도록 자본재를 매우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비교적 쉽다고 생각하는('유효수요' 충족과 '완전고용' 실현) 나의 상상이 옳다면,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바람직하지 못한 여러 측면들을 점차적으로 제거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일반이론], <4-16. 자본의 본질에 관한 고찰들>, 케인즈, 1936.



케인즈는 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기획한 마르크스와 달리 "자본주의의 바람직하지 못한 여러 측면들을 점차적으로 제거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4-16>)으로서, '자본의 한계효율'과 '이자율'을 거의 제로(0)에 가까운 동일 수준으로 조정하면서 충분한 소비와 저축(=투자)을 가능하게 하는 '유효수요'를 충족하고 '완전고용'을 실현하는 사회를 국가 주도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경제관료'로서 거시경제적 정책 제안을 했다.

케인즈에게 국가는 마르크스주의처럼 '생산수단'을 직접 소유하는 '국영화'의 주체가 아니라, 생산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생산수단에 투입되는 총자본량과 이 생산수단 소유자들에게 지급되는 보수율을 정하는 '조정자'의 역할로써 충분하다(같은책, <6-24>).


한편으로 케인즈는 슘페터 같은 대학 강단의 '경제학자'가 아니었기에 좀더 자유롭게 '고전파' 주류경제학을 비판할 수 있었다.

케인즈는 마르크스주의와 슘페터와 같이 '자유방임'적 시장을 믿지 않았다. '거시경제학'의 시조와도 같은 케인즈는 마르크스조차도 '노동가치론'으로 깊이 영향을 받은 고전주의 정치경제학은 물론 그들의 후예를 자처하는 마샬과 피구 등의 수리경제학 일체를 "날조"(같은책, <5-21>)와 기만으로 규정한다. 그들의 '미시경제학'은 극도의 추상성과 그릇된 전제로 인해 현 경제체제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도 내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관료' 케인즈의 경제학은 진보를 격정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고전파' 경제학의 추상성을 비판하고 각종 경제학 개념들을 새롭게 재규정하면서 세상은 원래 이런 것이라고 자기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담담하게 설명할 뿐이다.

원전을 통해 내가 케인즈로부터 직접 들은 말들은 매우 건조했다.


현실을 분석하되 추상적 이론을 배척한 케인즈는 결국 이 책 [일반이론]의 결론으로 기존 정치경제학 '사상' 일반은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으로 끝을 맺는다. 누구든 이미 '사상'에 영향을 받으면 세계관을 수정하려 하지 않으므로 케인즈는 이 '위험'한 '사상'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일반이론]을 쓴다는 1935년 2월의 <서문>을 상기하게 된다.


케인즈의 '화폐론'은 현실에서 중요한 경제학 개념이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 다만 "파는 사람이 없는 곳에 사는 사람이 있을 수 없고, 사는 사람이 없는 곳에 파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같은책, <2-7>)는 논거를 보면 'MMT(Modern Money Theory:현대화폐이론)'의 모티브일 수도 있겠다.

'유효수요' 충족과 '완전고용' 실현을 위해서는 '균형재정론'보다는 '공공지출'의 확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149


안그래도 어려운 경제학에다가 우리나라 '거시경제학'의 대부라는 조순 교수 번역본으로 일부러 골라서 읽었다. 아마도 번역투와 용어 자체가 1980년대식이라 내게 더 어려웠을 수도 있다.


아무튼,

슘페터 덕분에 직접 읽게 된 케인즈의 [일반이론]에 대한 나의 이해도는 아마도 한 30% 수준 이하 아닐까 싶은데, 읽을 때는 괴롭더니 책을 덮으니까 다음에는 또 어떤 경제학자의 원전을 읽어볼까 싶기도 하다.


경제학,

묘하다.


***


1.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1936), John Maynard Keynes, 조순 옮김, <비봉출판사>, 1985~2020.

2.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1942), Joseph Alois Schumpeter, 이종인 옮김, <북길드>, 2016.

3. [균형재정론은 틀렸다 - 화폐의 비밀과 현대화폐이론(MMT)](2015), 랜덜 레이, 홍기빈 옮김, <책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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