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불안은 아이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미국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상담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놀랍도록 단순했습니다.
“하버드를 갔는데도, 여전히 불안한건 왜일까요?
“SAT 만점 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했는데, 왜 취업을 안 하려고 할까요?”
“좋은 대학에 간 아이가 … 왜 이렇게 무기력해졌을까요?”
아이를 명문대에 보냈지만, 부모들은 다시 저를 찾아옵니다.
1년에 1억 가까이 드는 학비를 감당했는데도,
자녀가 부모와 대화조차 하지 않거나,
졸업 후 현실을 마주하는 데에 극심한 두려움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성공’, 안에서는 ‘불안’
많은 아이들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한 후에도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길을 걷는지 모른 채 흔들립니다.
분명히 스펙은 최고인데,
문제 해결력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쉽게 탈진하고.
회복탄력성이 부족하며,
실패를 감당해 본 경험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모든 길을 알려주고, 따라오라 했던 아이들은
스스로 결정하거나 선택한 경험 없이
성공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에 상담에서 만난 한부모님은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스탠포드에 들어간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는데 전공을 세번이나 바꿨습니다.
아직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헤메고 있어요 이렇땐 그냥 밀어붙여야 할까요?
아니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두어야 할까요?
이런 경우는 드믈지 않습니다.
MIT에 다니는 한 학생은 졸업을 반년 앞두고도
'나는 어떤일을 하고 싶은 사람인가'를 정하지 못해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또 어떤 아이는 아이비리그를 다니며 매일 우울감과 무기력속에서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반복했습니다.
사실 문제는 전공을 세번 바꾼게 아닙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생각해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대신 정해주고, 아이는 따라오기만 했던 삶.
그 끝에는 결국 깉은 공허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학을 졸업한 뒤
‘정해진 길’이 사라졌을 때
그 공허함은
아이들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잘 키운 아이’ vs ‘스스로 설 수 있는 아이’
제가 상담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부모도 아이도 **‘무엇을 원하느냐’**를 모른 채
입시와 성취라는 시스템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특히 부모님이 미국에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 하시거나
혹은 아이를 한국이 아닌 흔히 말하는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 싶은 부모님께,
저는 아이를 관찰하라 말합니다.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지, 아니면 개인적인걸 좋아하는지..
저도 아이를 키울 땐
답답하다 느낄 땐 있었지만 말하고 싶을 때마다 생각을 전환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나중에 뒷힘을 발휘하는 아이도 있고,
또 어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빛을 발하는 경우들 너무나 다양합니다.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예체능이 아니라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하며
아이가 그 일을 할 수 있게 밑거름을 만들어 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과목을 말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자라면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는데
동문서답을 하는 부모님들을 보면
정말 마음이 무겁고 안타깝습니다.
제가 이런 질문들을 하는 이유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기준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꾸려 갈 수 있는 삶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부모님들을 보면,
너무 많은 정보를 보고, 너무 쉽게 흔들립니다.
학교 커뮤니티, SNS, 유튜브, 블로그까지—
누가 뭘 했다더라 하면 덜컥 불안해지죠.
‘우리 아이도 저걸 안 하면 안 되는 걸까?’
그렇게 정보에 휘둘리며 팔랑귀 부모가 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정보가 아니라,
**‘내 아이는 어떤가’**를 보는 눈입니다.
아이가 흔들리는 건 당연합니다.
세상이 복잡하고, 속도도 빠르니까요.
그런데 부모까지 흔들리면,
아이는 붙잡을 손을 잃습니다.
부모가 단단해야 아이가 단단해집니다.
부모가 흔들이지 않고 지텨보는 그 한걸음,
조급함이 아닌,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하루, 내 아이를 조금 더 지켜보는 것,
그것이 아이에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