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면 입어야지, 필요할 때 읽어야지.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
물건에 감정을 많이 담는 나에게 몇 가지는 참 버리기 힘든 물건들이 있다.
첫 사회생활 19세 10월부터 만든 내 명의 실물 통장들,
언제 간 다시 보겠지 하는 책들과 일기장,
언젠가 입겠지 하며 보관만 했던 옷들. 등등.. 무수히 많다.
19세 수능시험 직후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 통장을 처음 개설했다.
조그마한 종이 통장에 내가 번돈이 찍혀 나오니 난 너무 신났다. 그리고 그걸 보면 내가 마치 어른이 되어 세상 모든 걸 다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성취감과 동시에 이제 앞으로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지고 꾸려나가야겠구나 하는 부담감이 오묘하게 섞인 그때의 감정들을 다시 느껴진다.
그리고 언젠간 다시 보겠지 하는 책들과 일기장들.
연대별로 또는 제목별로 뭔가 완벽하게 정리해서 보관하고 있지 않다.
그것들의 공간을 따로 마련해서 두기보단 여유 있는 공간에 책과 일기장들이 그냥 배치되어 있다.
마치 공간에 욱여넣어진 느낌이랄까? 그래서 난 내 서재를 간절히 가지고 싶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도 또 발견한다. 버리자!라는 생각은 안 한다는 걸.^^
최근 이사를 앞두고 집 정리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요즘엔 당근마켓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아이들 철 지난 장난감과 물건들은 더 필요한 이들에게 저렴히 판매하고, 판매할 수 없는 것들은 과감히 버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물건을 모두 꺼내 놓고 정리하다 보면 물건을 샀을 때 내가 가졌던 순간의 감정들이 떠올라 추억여행에 자주 빠지곤 한다. 그런 날은 정리하다 말고 일기장을 읽거나 사진첩을 보거나 결국 짐정리는 또 끝이 나지 않는다.^^
34평 우리 가족의 공간에 온전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될까?
비워져 있으면 채워 넣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나의 결핍이 투영된 걸까?
왜 같은 물건인데 오묘하게 다른 색상과 디자인을 주장하며 비슷한 취향의 옷들과, 화장품들을 사는 이유는 뭘까? 가지고 있는 걸 잊은 것일까?
어쩌면 온라인 속 광고에 그때마다 내가 사야 할 이유를 찾아 내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며 사들였던 물건들이 진짜 많은 것 같다.
한 번씩 물건들을 정리하고 나의 머릿속도 함께 리프레쉬하면 물건에 덜 지배받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많은 물건이 필요치 않구나 라는걸 알아채면 집안에 물건을 덜 채우려고 의식하며 지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 객관적인 사실들을 기억하고 내 실천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고, 오래가진 않지만…
그래서 난 대대적인 집정리를 1년에 4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는 편이다.
분기별로 자기 검열을 하듯 비워낼 물건도 생각도 필터링해 본다.
오늘도 이 글을 쓰고 주섬주섬 물건들을 정리해 볼 것이다.
추억여행에 빠지지 않길 바라며..!
(P.S 집안 정리하며 하나 해보고 싶은게 생겼다. 사설 자격증이지만 정리자격증이 있는데 조만간 그것도 도전해보려 한다.!! 미니멀한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