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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유빈 Mar 24. 2024

나, 브랜드 사회복지사 북토크 후기

3월 21일 목요일 카페 마인드 비에서, 3번째 북토크

지난주 21일 목요일, 카페 마인드비에서 나, 브랜드 사회복지사 북토크에 참석했다. 선물 받은 책과 함께했다.


<나, 브랜드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 9인이 자신만의 퍼스널 브랜딩 한줄을 경험으로 풀어낸 책이다. 아리씨에 입사 전만 해도 사회복지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몰랐다. 책을 읽으며 다방면으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면면을 깊이 바라보게 되었다.


https://brunch.co.kr/@beensent/35

함께 일하는 지원 리더님을 만나고 나서, 책을 읽으면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얼마나 납작하게 보고 있는지 깨달았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착한 일,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사회복지사 이미지는 득보다 독이 되는 때가 많은 것 같았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은 거국적이고 숭고한 일이나, 사회복지사를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에 갇혀 사회복지 현장에 속한 당사자의 선의에만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회복지사는 좋은 사람이라서 선심써서 좋은 일을 하는 이들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할 사회의 숙제를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해내고 있는 사람들에 가깝다고 느꼈다.

 


그동안의 많은 북토크를 다녀봤지만, 막상 작가와의 대화를 들으면서 실망했던 적이 많았다.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글로 존재하게 된 사람과 실제 인물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나, 브랜드 사회복지사> 북토크는 달랐다. 실제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보니 북토크 내내 책 속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기분이라 새롭고 흥미로웠다. 진행자(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김은경 팀장님) 분도 시간 분배도 잘해주시고 의미 있는 부분을 잘 짚어주셔서 보는 내내 편안했다. 복지 현장에서 일하거나 연이 있는 리뷰어를 사전에 선정해서 미리 질문을 주고받아 지체되는 시간 없이 알차게 자리가 꾸려졌다.


첫번째 리뷰어(원주시 명륜종합사회복지관 최미정 과장님) 분이 질문해주셨던 몇 가지가 인상에 깊게 남았다. 일과 육아를 어떻게 하면 둘 다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자 김은선 작가님은 인생에 하나쯤은 안 되는 걸 알게 하려고 아이를 보내준 것이다, 라고 말하며 답변의 포문을 열었다. 나는 아이가 없어서 이런 얘기를 들을 때 언제나 자식의 입장이 되는데 그때만은 왠지 아이가 있는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달까. 살다 보면 내가 벌여놓은 일들이 가끔은 나에게 '너 마음대로 안 되는 것도 있는 거야' 라고 말하듯 엇나갈 때가 있다. 엇나간 듯 보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순리였던 것들도 많고, 더 좋은 일로 돌아오기도 한다. 아이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아빠의 아이였던 나를 빗대어 보면 더 그렇다.


교대 간다더니 갑자기 저 몰래 문창과 원서를 내서 서울로 올라가버리고, 기자로 취직하겠다더니 때려치고 에디터라고 익숙해질 때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10 규모보다 작은 스타트업을 다니는 딸을 보는 아빠는 요즘 부쩍 나를 그렇게 지 멋대로 살게 두길 잘했다는 말을 한다. 나도 복작대며 살던 때를 지나 여유가 생기고 나니 아빠의 기대를 벗어나려고 부단하게 애를 쓰던 세월에 겹쳐 아빠도 꽤 마음을 졸였겠구나 이해가 된다. 나도 그렇고, 아빠도 성장하고 있는 걸까? 나를 보니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건 없지만, 그래서 좋은 적도 많다고 내가 모르는 어디에서 떠들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토크를 듣던 중 예기치 못하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일에 매진하느라 소홀해진 자신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묻는 질문에 나온 답변 때문이었다. 이기적이어야 이타적일 수 있다는 말. 그 말이 마음에 계속 남았다. 자기 자신을 위한다는 말이 남을 위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닌데, 나라는 사람을 돌보기 위해서는 적절한 이기심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이지만 때때로 내 일이 아닌 영역까지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을 느끼고, 그 역할을 맡은 사람까지 책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으로 나를 어지럽혔던 것. 결국 다 내주어서는 안될 내 마음의 성역을 인정하고, 소외와 외면을 현명하게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9인의 작가님 모두 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작가, 만화가, 마케터, 문화기획자, 연구소장 등 많은 직업의 줄기를 뻗어나가는 분들이었다.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도 '전문가'였다. 무엇인가 잘하는 중심이 있는 사람들은 역시 빛이 난다. 누군가에게는 철저히 타인인 사회복지사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 모든 이야기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고 또 다른 치열한 삶의 적극적인 힌트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이혜주 작가님의 강점관점 일화는 아카데미 커리큘럼을 짜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스스로 선택한 가치 있는 노동의 가치가 담겨 있는 책이다. 읽고 나면 나는 어떤 직업인으로 살 것인가 가슴이 들썩거린다. 


북토크 현장 뿐 아니라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는 내 회사와 나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 지금껏 많은 돈과 시간을 내 재능을 전문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많이 투자했다. 나다운 밥벌이(=글쓰기)가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글쓰기를 넘어,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나 콘텐츠 트렌드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많이 수집하고 공부했다. 내 삶에 필요한 책을 고르는 법, 그 정보들을 내 삶에 맞게 정제하는 법, 그래서 내 말과 글에 힘을 싣는 법에 집중했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나' 관점의 전문가였다.


북토크 현장을 지켜보며 전문가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동료 전문가가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서로를 향한 호의와 흔쾌하고 유쾌한 말들 속에서 전문가로 살아감을 희망으로 삼는 순간들. 가슴이 들썩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못지 않게 뭐라도 해야할 기분이 들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더 넓은 관점의 전문가를 재정의해봐야겠다는 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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