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 05화

20250704

단상

by 밤호랑이

사람들이 연기를 내뿜는다는 건 근심과 걱정, 회한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일종의 의식, 의례 같은 걸까.

길게 그리고 연기를 많이 내뿜을수록 마치 모든 게 하늘로 날아갈 거라는. 그리고 연기가 하늘 끝까지 닿기를 바라는 무언의 바람.




항공기가 연착되어 자정에 출근했다. 그렇지 않아도 야간 근무는 버거운데, 꼬박 밤을 새워야 하는 근무다.

그러면 낮에 집에서 푹 쉬고 출근해야 하는데 잠이 도통 오질 않는 거다. 최근에 하루에 네시 간이상 자지 못해서 가뜩이나 피곤한 상태에서 내 감각과 신경은 예민할 대로 예민하다. 피곤함-예민함-완벽주의까지 이어지면 난 이성을 잃고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것 같다. 상담사 선생님은 내게 여유를 가지라고 하는데. 성경을 보라고 하는데. 머릿속에 그것들이 들어올 여유는 하나도 없어 보인다.

머릿속에 안개가 가득하고 눈꺼풀이 무겁다. 이 즈음되면 원하는 것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도 없어지는 것 같다. 그냥 나는 멍하니, 조금의 불쾌감과 함께.



어떤 기억들은 인생이라는 책에서 빛나는 페이지로, 혹은 빛바랜 페이지로, 희미하거나 간직하고 싶은 기억으로 남지만 어떤 기억들은 너무도 생생하고 날카로워서 몸서리친다. 내가 왜 이런 장면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어떤 의미가 있길래 바로 어제 있었던 일처럼 기억하고 있는 걸까. 저 수면아래 깊숙이 넣어뒀던 기억이겠지 싶다. 10년, 20년, 30년도 더 된 일 들이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 양 생각난다. 안타깝게도 웃음 짓고 그리워하는 장면들이 아닌, 민망하거나 지우고 싶은 혹은 치기 어린 내 과오들이 대부분 인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여유를 주고 싶다. 오늘은 여백을 허락하고 휴식을 주고 싶은 그런 밤이다.

keyword
이전 04화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