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소설을 타인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수정을 하고 읽고 하다가 마감시간에 맞춰 약속된 밴드에 올렸습니다. 이틀 후면 제 소설에 대한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날 밤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의 저는 발가벗고 있었습니다.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다가 잠이 깼습니다.
소설이라고 썼지만 그것은 사실 제 이야기였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으로 인한 나와 아이의 상처를 하나하나 따라가서 쓴 제 아픈 시간의 기록이었습니다.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내 놓았기에 사람들도 소설이라고 전제하고 읽고 이야기를 해줄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은 남의 일기장을 훔쳐본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아뿔싸.
사람들이 알아버렸습니다.
그날 제 소설에 대한 다른 수강생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1시간가량 듣고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야기를 듣기 전에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공개하기 위한 작업의 과정 중 어떤 순간에 이미 떠오를 준비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제 내면에서 그런 알아차림이 일어났습니다.
“아, 내가 아직도 많이 화가 나 있구나. 그때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고 시간을 먹고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구나. 그 위에 슬쩍 거적대기 같은 것을 하나 덮어놓았을 뿐.”
선생님의 지적대로 그 소설 안에서 저는 저와 아이에게 상처를 준 인물들을 고발하고 그걸 방관했던 저 자신까지도 실랄하게 고발하고 있었습니다.
소설이 무엇인지, 소설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소설 강좌를 처음 듣기 시작했을 때 제가 생각하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강좌가 끝날 때 쯤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은 그 이야기 자체가 갖는 예술로서의 아름다움, 완결성, 의미, 구성, 인물 등등이 필요했습니다.
소설을 쓰지 않겠다가 아니라 아직은 다 차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