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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십대 제철 일기 Aug 11. 2024

님아, 그 뒷담화를 하지 마오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그것

수다쟁이이자 거짓말쟁이인 한 여인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허풍과 거짓말에 시달려 율법학자인 랍비를 찾아간다. 랍비는 마을 사람들의 호소를 듣고 여인을 불렀다. 그리고는 베개를 칼로 찢어 속에 깃털을 창 밖으로 날린 다시 거두어 오라고 했다. 깃털은 바람에 날리고 사람들에 채여 찾을 없었고 여인은 결국 깃털을 개밖에 줍지 못했다.


고전 <탈무드>엔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다. 나는 그중 '헛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려 노력 중이다. 한 번 입 밖으로 나간 말은 다시 주워 담기 힘들다는 교훈을 담은 이야기다. '입조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 번 말해도 입 아프다.


사회생활을 오래 해서 연륜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척'을 할 줄 안다. 알아도 모르는 척, 관심 없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이들은 상당히 애매한 태도를 보이곤 하는데 어렸을 땐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나? 왜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지?' 하고.


하지만 '아무것도 몰라요', '관심 없어요' 하는 태도야말로 가장 현명한 태도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정말 눈치가 빠른 사람은 눈치가 없는 척 하기 마련.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이야기를 듣기만 했고 본인의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게 비겁하다고 생각했었다. 같이 대화를 나누는 입장에서 듣기만 하고 본인이 알고 있거나 본인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 건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참 어리석고 저열한 생각이었다.


특히 사실 확인이 안 된 헛소문이거나 특정인에 대한 험담이라면 더욱이 남과 나눠선 안 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꽤 어려운 일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억울한 일이 생기고 이기적인 사람을 더러 만난다. 그때마다 싸울 수 없으니 적당히 흉을 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각종 SNS 채팅방에서 이런 식의 뒷담화를 공유하곤 한다. 빠르게 올라오는 글들에 각종 험담도 빠르게 휘발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누군가는 그 대화창을 캡처하거나 저장해 놓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퍼뜨릴 수 있다. 아주 위험한 창구다.


'나는 딱 한 명에게 말했는데….'라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다. 그 한 명이 앞서 탈무드 속 이야기처럼 깃털을 날리고 다니면 마을 전체가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니까.


사람들과 섞여 일하면서 뒷담화를 하지 않는 게 쉽지만은 않다. 동기들끼리 모이면 연봉을 조금 올려 주는 사장 욕도 하게 되고, 심하게 갈굼을 당하고 나면 선배들 흉도 보게 되고, 나를 서운하게 한 친구나 지인들에 대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뒷말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중독'이다. 뒷담화를 할수록 그 사람이 미워지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에 가담할수록 죄를 짓게 된다. 내가 한 말들이 돌고 돌아 몸집을 불리고 변형되어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고, 바람에 날린 헛소문이라는 깃털이 화살촉으로 바뀌어 누군가를 겨냥할 수도 있다.


그러니 '척'이 필요하다. 알아도 모르는 척, 관심 없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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