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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Dec 24. 2016

퇴사 전 '확인사살 리스트'

신중하게 퇴사하기 (2) -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퇴사해야 할까?


Question


과장 3년차 직원입니다. 8년 동안 다닌 회사에서 최악의 평가 등급을 받았습니다. 내년 차장 승진은 물 건너갔고요. 어쩌면 내후년에도 승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퇴사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Answer


이런... 정말 곤란한 상황에 처하셨네요.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퇴사까지 생각하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지난 2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러 차례 이직을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하시는 분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깊게 공감합니다.


퇴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비전이 없어서, 건강이 나빠져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회사에 정이 떨어져서, 억울한 모함을 당해서, 등 등 등.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퇴사에는 반드시 리스크가 따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의 직장생활이 이전보다 더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퇴사는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이직을 결심했을 때 (중요한 점은 이직을 결심하기 전이 아니라 이직을 결심한 '다음'이라는 것),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정말 올바른 결정인지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체크해보는 '확인사살 리스트'가 있습니다.


퇴사 전 '확인사살 리스트'는 퇴사가 정말 올바른 결정인지 최종 확인하기 위한 것


확인사살 리스트 중에서 'NO'가 한 번이라도 나올 경우에는 원래 결심했던 대로 퇴사를 이행합니다.


하지만 모두 'YES'일 경우에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아무리 더럽고 자존심이 상해도, 지금 당장 가슴이 터질 만큼 답답하고 억울해도... 퇴사를 미룹니다. 그리고 한 1년 동안 도닦는 심정으로 회사생활을 할 각오를 하고 모든 것을 제 합리적인 판단에 맡겨 봅니다.


확인사살 리스트가 모두 'YES'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퇴사를 미룬다


지금부터 저만의 '확인사살 리스트'를 공유합니다.


굳이 확인사실이 필요할까?  써니 콜레오네의 확인사살 장면 [사진 출처: 영화 '대부']


1. 기업문화가 나랑 잘 맞는가?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기업문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기업문화는 '내가 따라야 할 행동규범'이고 '나를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따라서 일단 기업문화가 나랑 잘 맞을 경우, 나는 그 기업에서 '상당히 유리한 룰로 게임을 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업문화가 나랑 잘 안 맞으면, 킥복싱 선수가 태권도 룰로 경기를 하는 것처럼 다른 직원들에 비해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특히 저처럼 술, 담배, 도박, 유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저씨 문화'가 강한 기업에서 일할 경우 상당히 불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는 '담배 문화'가 강했습니다. 각 부서 사람들은 종종 '담배 플레이스'에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게 중에는 중요한 정보도 더러 있어 저 같은 비흡연자들은 중요 정보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회의하다 말고 담배 피우러 우르르 갔다 와서는 "역시 담배 피우니까 머리가 잘 돌아가. 결론 냈다!"며 비흡연자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죠. 결국 저도 나중에는 가끔씩 담배 플레이스에 들러 알짱알짱 대다가 오곤 했습니다. 그게 그 회사의 기업문화였으니까요.


물론 자기한테 딱 맞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과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웬만큼 맞는 기업에서 일하신다면 그것만으로도 행운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2. 대표님이 훌륭한 분인가?


대표님이 훌륭한 분인지 아닌지도 내 직장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 세상에 독사 같고 여우 같은 대표님은 정말 많습니다. 심지어 조폭 같은 분들도 있고요.


'내가 아직 말단사원에 불과한데 대표님이 나랑 무슨 상관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의 성향은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있기 때문에 경영진 - 본부장 - 팀장을 거쳐 내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모 회사의 경우 회장님이 임직원을 대놓고 무시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재밌는 점은 회장님이 그렇게 행동하면 그 회사 임원들도 알게 모르게 그러한 성향을 닮게 된다는 거죠.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월급에는 욕먹는 값도 포함돼 있다


반면 제가 다녔던 모 그룹의 경우 회장님께서 모든 직원들에게 존칭을 쓰시고 웬만하면 화를 잘 내지 않았습니다. 수십조 원대의 그룹을 이끄시는 분이 가방모찌도 없이 혼자 다니면서 직원들과 엘리베이터도 함께 타셨고요. 물론 이 그룹의 모든 분들이 회장님처럼 직원들을 존중해주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그러한 회장님을 닮으려고 노렸했죠.


여러분 회사의 대표님이 훌륭한 분이라면, 일단 여러분은 축복받았습니다.



3. 내가 이 회사에서 재기할 수 있는가?


마지막 질문은 '내가 이 회사에서 재기할 수 있는가'입니다. 비록 내가 지금은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지만 앞으로 다시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참을 수 있겠죠.


하지만 내가 영원히 이 구렁텅이에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면? 내가 이 회사에서 받은 타격이 너무 커서 재기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내가 사내에 너무 많은 적을 만들어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져 있다면?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겠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스스로 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내에서 가장 믿을 만한 지인에게 정말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고 부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도 긍정적이라면,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확인사살 리스트' 종합평가


확인사살 리스트에 대한 답모두 'YES'라면? 더럽고 치사하지만 참고 버티십시오.


제가 20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 느낀 점은, 회사생활은 파도와 같아서 항상 '위아래'(Ups and Downs)가 있습니다. 위가 있다면 아래가 있고, 아래가 있다면 반드시 위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순간적인 아래에 도달했다고 낙담하여 회사라는 큰 파도의 흐름을 벗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위아래 위아래를 거쳐 점차 위로 올라가면 되니까요.


핵심은 현재 '내가 파도 상에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타고 있는 파도가 나에게 맞는 파도인가'입니다. 내가 타고 있는 파도가 좋은 파도라면, 그냥 내 몸을 파도에 맡기십시오.


핵심은 '파도의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가 아니라 '파도가 나에게 맞는가'임


하지만 확인사살 리스트에 대한 답 중 단 한 개라도 'NO'라면? 그렇다면 당신이 타고 있는 파도가 당신을 위한 파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것이 맞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단, 바로 퇴사는 하지 마십시오.

 

이 파도가 나에게 맞는 파도일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언제나 '이직 후 퇴사'이지 '퇴사 후 이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직을 준비하십시오. 퇴사는 천천히...

 

언제나 퇴사 후 이직이 아닌, 이직 후 퇴사!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퇴사 전에는 마지막으로 '확인사살 리스트'를 체크해라.

2. 확인사살 리스트가 모두 'YES'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참고 버텨라.

3. 하지만 단 하나라도 'NO'라면 이직을 준비하되 퇴사는 천천히...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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