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팀원 관리 노하우 (3) - '벼랑 끝 몰아세우기 전술'의 폐해
[사진 출처: 영화 'Whiplash']
올해 초 팀장에 임명된 1년차 팀장입니다. 팀원들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칭찬해주는 거랑 꾸짖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효과적인가요?
팀장으로 승진한 첫 해에는 이런 고민을 할 법하죠. 이에 대해서는 'Book Smart vs. Street Smart' 기법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Book Smart vs. Street Smart'란?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람은 자신이 출연한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 시즌 3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북 스마트’(Book Smarts) 그리고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s).”
북 스마트는 가방 끈이 길고 지식이 해박해서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하는 부류를 지칭합니다. 스트리트 스마트는 정규 교육은 짧지만 ‘속세에서 구른’ 시간이 많아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죠. 논리보다는 경험에 더 많이 의존하고, 이성보다는 본능과 직감에 의해 판단합니다.
먼저 '상황적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 이론을 응용해서 설명드리면 팀원의 상황에 따라 칭찬과 꾸지람을 적절히 섞어서 활용하시는 게 바람직합니다.
'상황적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 - 폴 허시와 케네스 블랜차드가 확립한 리더십 이론으로 '리더십 스타일을 부하 직원의 상태에 맞춰 변화시켜야 한다'는 내용
Disclaimer
여기서는 약간 극단적 상황을 가정해 조금은 세다고 생각되실 수도 있는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또 부서에 따라 처방이 달라질 수 있는데 (가령 영업부서와 전략부서가 같은 수는 없겠죠) 여기서는 그냥 일반적인 경우를 가정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고 일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은 넘치지만 역량은 현저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런 팀원에게 칭찬 남발은 금물. 칭찬을 자주 받으면 '자기가 정말 일을 잘한다'는 착각에 빠져 선배 알기를 우습게 알고 자칫 잘못하면 사고를 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팀원 본인을 위해서도 초반에 따끔하게 꾸짖어주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얼마나 많이 부족하고 배워야 할 점이 많은지를 깨우쳐줘야 합니다.
결론,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따끔하게 꾸짖어주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초반에 자신감이 넘치던 신입사원도 첫 과제를 받아 머리 싸매고 고민을 해보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자만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곧 자신감과 의욕의 자유낙하를 경험하게 되죠. 한편 깨지면서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역량은 조금씩 개선되지만, 아직 단독으로 일을 맡기기에는 뭔가 좀 불안합니다.
이러한 팀원은 더 이상 깨지 말고 따뜻한 말로 어루만지면서 일을 차근차근 가르쳐줘야 합니다. 이 단계에 있는 팀원은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기 때문에 선배들로부터 열심히 배우려고 하죠.
결론,
따뜻한 말로 어루만지며 일을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입사 후 2년 정도 지난 팀원은 일이 손에 익고 회사 상황도 어느 정도 파악해 업무 역량은 많이 개선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일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자신감과 의욕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죠.
이 경우 팀원의 말을 경청하여 아이디어를 유도하는 한편 칭찬과 격려를 통해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워줘야 합니다.
결론,
팀원의 말을 경청하고 칭찬과 격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드디어 일도 잘하고 자신감과 의욕도 충만한 '완전체'가 되었습니다. 보통 팀장 승진 연차가 되면 이러한 상태에 도달하죠.
이러한 팀원은 역량과 의욕 모두 높은 수준에 있으므로 특별히 혼내거나 가르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스스로 알아서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지원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결론,
팀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한다.
위의 '북 스마트' 답변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단, '과유불급' 사자성어는 꼭 기억해 주십시오.
이제 스트리트 스마트 입장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점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많은 분들이 즐겨 사용하는 '벼랑 끝 몰아세우기 전술'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벼랑 끝 몰아세우기 전술: 팀원을 엄청나게 혼내거나 모욕감을 줘서 '벼랑 끝' 상황까지 몰아세우면 그 사람이 결국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성과를 낼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팀원 관리 방안
무식한 옛날분들 중에는 부하는 '쥐어패야'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에 기반해 팀원을 옥상에 끌고 올라가 쥐어패는 분들도 있었고요. 여기서 육체적 폭력성만 살짝 제거한 게 바로 '벼랑 끝 몰아세우기 전술'입니다. 주먹 대신 언어폭력으로 상대방의 자존감을 최대한 상처 낸 뒤 '요놈, 이제 어떻게 하나 보자' 하는 거죠.
이러한 전술을 구사하시는 분들은 벼랑 끝까지 몰리면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거나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힘과 의지가 용암처럼 솟아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 'Whiplash'에서 배우 J. K. 시몬스가 열연했던 플렛처 선생님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러한 전술로 효과를 보는 사례는 저예산 영화에서나 가끔씩 나오지 실제 직장 현장에서는 가뭄에 콩 나듯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먼저 직원 대부분의 경우 심하게 몰아세우면 다른 길을 찾게 됩니다. 특히 이직을 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이 되는 팀원이라면, 또한 부당한 모욕을 참지 않을 만큼 자존감이 있는 팀원이라면, 다른 길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죠. 팀원이 남친(또는 여친)이라고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맨날 몰아세우면 누가 견딜까요? 다른 여친을 사귀지 못할 만큼 못난 넘이 아니라면.
내가 아무리 뭐라 해도 한눈팔지 않고 나만을 숭배하는 남친은 주중 아침 드라마에서도 찾기 힘듭니다. 그런 '직원'은 더더욱 없고요. 월급을 억수로 많이 주면 몰라도. 그런데 어차피 월급은 회사가 주는 것이지 팀장이 주는 건 아니잖아요? 오너도 아니면서 오너 행세 하지 말 것을 팀장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월급은 회사가 주는 것이지 팀장이 주는 게 아니다
똘똘한 팀원이라면 그동안 칭찬만 주로 들어왔기 때문에 꾸지람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팀원의 경우 심하게 혼내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심할 경우 반발심으로 퇴사까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혼난 적이 별로 없으니까 이번에 한번 심하게 혼나면 정신 바싹 차리고 죽기살기로 일하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술도 먹어본 넘이 잘 먹지 술 처음 먹는 넘은 너무 많이 먹으면... 오바이트 합니다.
스트레스를 지나치게 많이 받으면 신체 및 두뇌 기능이 떨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가 이러한 경우에 속하는데요. 저뿐만 아니라 사실 대부분의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단, 독한 넘 빼고.
하지만 독하면서 동시에 똑똑한 분은 어차피 자기 사업 하지 여러분이 다니시는 회사에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더군다나 팀원을 윽박지르는 팀장을 용인할 만큼 관리 상태가 시원치 않은 회사에서는 그런 인재를 찾기가 더더욱 힘들겠죠.
결국 보통의 회사에서 팀장이 벼랑 끝 몰아세우기 전술을 구사할 경우, 대부분의 팀원들은 일을 더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상으로 벼랑 끝 몰아세우기 전술의 역효과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잘못된 믿음에 근거한 전술은 절대 사용하지 말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많은 팀장님들이 실제로는 이 전술의 효과에 대해 별로 확신도 없으면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아닌가 의심합니다. 여기서 다른 목적이란 '어떤 팀원을 위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그를 쫓아내기 위해서 못살게 구는 경우'. 또는 '마음속 깊은 어두운 곳에 잠재돼 있는 폭력적 충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실제로 그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도 않았고 팀원들 로열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리스크가 매우 큰 이 전술을 왜 사용하려고 하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술의 효과를 꼭 실험해보시고 싶으신 분은... 집에서 거울로 자기 얼굴 보면서 '위플래쉬'의 플렛처 선생님처럼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욕해보십시오. 아니면 본인의 배우자나 자녀분들께 먼저 사용해 보시거나.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1. 칭찬과 꾸지람 중에서 무엇이 더 효과적인 지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다.
2. 상황적 리더십 이론에 따르면 팀원의 의욕과 역량이 어떤 지에 따라 꾸지람, 가르침, 칭찬과 격려, 위임을 적절히 섞어서 적용해야 한다.
3.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벼랑 끝 몰아세우기' 전술은 사용하지 말아라. 역효과 난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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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팀원 관리 노하우 시리즈
(1) 직급이 높을수록 적게 일해라(?) - 직급과 일하는 시간은 반비례
(2) 에이스 팀원이 팀장 되면 저지르는 실수 - 최고의 팀원에서 최악의 팀장으로
(3) 칭찬과 꾸지람 중 무엇이 더 효과적인가? - '벼랑 끝 몰아세우기 전술'의 폐해
(4) '예스맨' 말고 '노맨'을 키워라 - 딴지쟁이는 팀장의 보배
(6) 팀내 갈등은 팀장의 자산(?) - 팀내 갈등을 성과로 이끄는 방법
(7) 어벤저스 팀보다 못난이 한 명 끼는 게 더 좋다 - 팀내 못난이는 '필요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