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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브라운 Feb 07. 2017

직급이 높을수록 적게 일해라(?)

팀장의 팀원관리 노하우 (1) - 직급과 일하는 시간은 반비례

[사진 출처: 미드 'The Office']





Question


신입 사원입니다. 저희 팀 차장님은 저보다 늦게 나와서 먼저 들어가세요. 저보다 직급과 연봉이 높으면 더 많이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Answer


신입 사원 시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 품을 수 있는 의문점입니다. 제가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직급이 높은 사람과 직급이 낮은 사람 중에서 누가 더 오랜 시간을 일해야 하나요?


객관식으로 할까요?


1번. 직급이 더 높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연봉도 더 높으니까 더 오랜 시간 일해야 한다

2번. 직급이 더 낮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더 젊고 튼튼하니까 더 오랜 시간 일해야 한다


정답은? 정답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제가 생각하는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51% 정답이냐? 이 세상에 100%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100% 정답이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또 오늘의 정답이 10년 후에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한 51%만 정답이기 때문에 여러분께서도 제 주장을 100%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51% 정답'은 2번니다. '더 젊고 튼튼하니까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고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1. 직급이 높을수록 머리를 더 많이 쓰는 일을 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직급이 높을수록 머리를 더 많이 쓰는 일을 합니다. 머리를 잘 쓰려면 머리가 복잡하거나 신경이 다른 곳에 가 있으면 안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또한 맑은 정신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를 너무 지치게 해서도 안됩니다. 잦은 야근이나 지나친 음주 등으로 체력을 소진해 두뇌 기능을 떨어뜨리면 머리 쓰는 일에 지장을 받겠죠.


반면 직급이 낮을수록 단순 행정 업무나 엑셀로 하는 '손가락 노가다'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일을 할 때에는 창의성이나 논리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요구되기 때문에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만큼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2. 직급이 높을수록 '주어진 일'보다는 '남들이 놓친 일', '새로운 일'을 찾아 해야 한다


팀원은 팀장이 시키는 일만 제대로 해도 일단 기본은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중에는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심히 훌륭한 팀원도 있음니다만... 대부분은 시키는 일도 잘 못하죠.) 아니면 그 직종에 반드시 수반되는 루틴한 업무를 하면 되죠.


반면 팀장은 팀원이 놓쳤거나 아니면 미쳐 생각 못했거나 하는 일들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한편 임원은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만한 신규 사업을 발굴해야 합니다.


당장 '데이 투 데이' 업무에 치여 사는 사람은 심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찾아서 하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팀장은 팀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팀원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팀원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임원은 '팀장이 할 수 없는' 업무를 해야만 하구요.


팀장은 팀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팀원에게 위임하고
팀원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3. 직급이 높을수록 결정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직급이 높을수록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항상 손에 일을 쥐고 있으면 곤란합니다. 가령 팀원이 결재를 받으려고 왔는데 팀장이란 사람이 "어, 잠깐만 기다려. 나 이것 좀 하고 해줄게"라며 시간을 끌거나, 임원이 하루 종일 미팅을 하느라고 바빠 결재를 해줄 여유가 없다면... 곤란하겠죠.


결정을 빨리빨리 내려주는 것도 상급자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팀원들을 위해 시간을 내줄 만큼의 여유는 있어야 합니다.


좋은 팀장은 '일을 많이' 하는 팀장이 아니라, '일을 되게' 하는 팀장입니다. 일하는 시간은 줄이고 고민하는 시간을 늘리세요.


좋은 팀장은 '일을 많이' 하는 팀장이 아니라, '일을 되게' 하는 팀장



일 많이 하는 팀원을 위한 심심한 위로의 말


이런... 질문은 팀원이 했는데 어쩌다 보니 팀장을 위한 글이 되어 버렸네요.


팀원 중에는 제 글에 반감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아니, 우리 팀장은 일도 안 하고 책임도 다 팀원들한테 미루는데 그걸 옹호하는 겁니까?"라고 항의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물론 그러한 팀장들까지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회사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별의별 팀장을 다 겪어봐서 그 심정을 압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회사생활인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팀원일 때 일 많이 하고 많이 배워둬야 나이 들어서 고생 덜 한다.


아마 지금 팀장님들 중에도 '팀원일 때 더 많이 굴러볼 걸'이라고 후회하시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요?


아니라고요? (ㅜㅜ)


by 찰리브라운 (charliebrownkorea@gmail.com)





Key Takeaways


1. 직급이 높을수록 머리를 더 많이 쓰는 일을 하고, '주어진 일'보다는 '남들이 놓친 일', '새로운 일'을 찾아 해야 하고,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2. 따라서 팀장은 팀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팀원에게 위임하고 팀원이 '할 수 없는' 일만 하며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3. 좋은 팀장은 '일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일을 되게' 하는 팀장이란 사실을 명심하고, 일하는 시간은 줄이는 대신 고민하는 시간을 늘려라.



추신


아마 이 글이 그동안 제가 썼던 글 중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팀원분들께서는 "아니, 팀장이 맨날 지시만 내리고, 가이드라인은 안 주고, 쓸데없는 업무만 계속 만들고, 인심 쓴다고 타부서 업무 받아오고. 그런데 정작 자기는 일찍 퇴근하고, 술 먹고. 이런 분을 옹호하는 거냐?"라고 말씀하시고.


반면, 팀장님들께서는 "일을 믿고 맡길 만한 팀원이 있어야지 일을 맡기지,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 팀원들만 있으면 결국 일은 누가 하냐? 내가 해야지"라고 말씀하시고.


...


제 글에서의 핵심은 '팀장은 팀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팀원에게 위임하고, 팀원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라'인데 이게 말이 쉽지 제대로 실행하는 데까지는 많은 장벽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현실과 이론은 많이 다르겠죠. 하지만 어떤 이론이 맞다고 판단되면 이것을 '목표'로 정하고 현실을 조금씩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이론이 맞다고 판단되면 이것을 '목표'로 정하고 현실을 조금씩 개선시켜 나가자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감하시면 다른 분들도 함께 공감하실 수 있도록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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