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금주 다이어리>에서 저자 클레어 풀리가 인용한 페이스북 밈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대학시절 비가 세차게 쏟아져 내리던 저녁
기숙사 방에서 친구가 말했다.
"우리 나가서 뛸래?"
"야, 지금 비 오는데??"
"뭐 어때, 그러니까 뛰는 거지. 멋지잖아? 언제 또 빗속을 뛰겠니?"
"그런가?"
우린 기숙사 밖으로 뛰어나가
어스름이 내려앉는 캠퍼스를
소리를 질러대며 신나게 뛰어다녔다.
비는 손으로 가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우린 금세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둘 다 정신없이 웃어댔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나는
가족 갈등, 첫사랑과 이별, 경제적 어려움,
진로 문제 등으로 늘 우울했고
그녀도 갓 스무 살을 넘긴 나이에
홀로 감당하기 힘겨운 일들이 많았다.
친구가 빨래를 하려고 베갯잇을 벗겨내면
온통 얼룩덜룩했던 눈물 자국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빗속에서
정신 나간 여자들처럼
웃고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며
터져 나오는 눈물을 비와 함께 실컷 쏟아내었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던 자유로움
꽉 막힌 배수관이 시원하게 뚫려 내려가는
감정의 대 방출
'환희'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빗속에서도 춤을 추는 법을 끊임없이
배워간다.
한 스텝씩 더 단단해지고 용감해진다.
이제 와 떠올리면
더없이 푸르고 아름답던 시절
친구와의 빗속 질주가 나에겐
상징 같은 첫 번째 수업이 아니었나 싶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얼마나 단단하고 용감해졌을까?
창밖으로 며칠째 비가 내린다.
읽던 책을 덮고
다시 한번 그날처럼 빗속으로
뛰어들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