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만큼만 가질 수 있을까

나를 찾아가는 과정

by 묵묵한 해설자
남의 기준에 맞춰진 삶이 아닌
내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직위나 돈이나 재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써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서 삶의 가치가 결정된다.”




법정 스님이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고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무소유’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법정 스님을 떠올릴 것이다. 무소유는 1976년 발간된 법정 스님의 유명한 수필집이기도 한데, 몇 년 전 ‘풀소유 스님’ 사건으로 무소유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었다.


종교 지도자들 중에서도 특히 스님은 속세와 연을 끊고 산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욕으로 인한 문제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마음을 비우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대중과 소통하며 좋은 가르침을 주던 젊은 스님이 풀소유 사건으로 물러나는 것을 보면서는 씁쓸한 마음과 함께 저런 사람들도 나와 다를 바 없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필요한 만큼만 갖는 것이 무소유라는데, 대체 내게는 얼마만큼 필요한 것일까? 남들을 보면서 그들의 필요를 평가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정작 내게 필요한 기준을 찾으려니 너무나 어렵다. 뭔가를 살 때 굳이 그런 게 필요하냐는 말을 들으면 “남들도 다 사는데 나한테만 왜 이래?”라는 억울함이 드는 걸 보면 내 필요의 기준은 내가 아닌 남에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남과 비교해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내가 아닌 남들의 기준대로 사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이 좋다는 동네, 대학교, 직장, 결혼상대, 어린이집, 실버타운까지 평생을 남의 기준에 맞춰 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세상에선 이게 좋다지만 나는 싫다.”라고 하면 튀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니 어쩔 수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나 학교에서 “남들은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러니?”라는 핀잔을 듣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결국 나 자신에게 집중해 사는 삶을 말한다. 남이 보는 내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의 나 말이다. 소유 그 자체를 넘어 그것들을 통해 어떠한 삶을 사는지가 진정 의미 있는 일인데, 나는 여전히 소유하는 문제에서부터 발목이 잡혀 있는 기분이다.


그런 와중에도 가끔씩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나는 내가 아닌 남들의 기준을 맞추려 사는 것인가 등의 -내 수준에선 심오한-철학적인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나에게 집중해 나를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본능적인 욕구이며, 평생을 풀어가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필요한 만큼만 가질 수 있을까"를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LlTZVhV4k1s


이미지 출처: 1. "무소유” 표지 이미지 © 범우사, 2.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미지, 저작권자 불명. 저작권자 요청 시 이미지 삭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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