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가자

by 베를리너

나는 사실 주인을 먼저 알아봤어. 인간들은 자신이 선택한다고 믿겠지만, 그들이 저지르는 착각 중 하나일 뿐이지.

내가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어. 날 보더라고. 내 사인을 안 받고 배겨?

주인은 하얀색 강아지를 찾는 모양이었어. 충분히 이해해. 보통 그렇거든. 하얗고 작은 동료 강아지들은 인기 폭발이지. 반대로 크거나, 색이 검은 친구들은 잘 찾지 않지.

세상 다 산 듯 우울해 보이는 표정 아직도 선명해. 요즘은 큰 언니 오빠들은 길에서 자주 만나. 세상엔 다양한 개들처럼, 다양한 인간이 있으니 말이야.


“어머, 이 강아지 뭐야? 활발하다~”

눈빛 발사는 기본이야.

내 매력이 먹히는 순간이지. 그런 말 들어봤어? 만날 개는 만나게 되어 있다.

일어날 일들은 일어난다. 와 비슷한 의미야. 주인이 얼마 전 소설 ‘스토너’를 보고, 혼자 읊조리더라고.

주인은 나를 품에 안았지. 난 힘을 빼고 최대한 릴랙스 했어. 주인도 느꼈을 거야. 우리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다고.

이런. 주인이 자꾸 옆에 앉은 하얀 아이를 쳐다본다. 불안하게스리.

“얘는 참 얌전하고.”

그 애는 내가 잘 알아. 쥐 죽은 듯 누워있어서, 말 잘 들을 것 같지? 그렇지만 소화불량에 시달리느라 얼마나 예민한 줄 알아?

나?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소화할 만큼 단단한 위를 가지고 있어. 내 팔딱거리는 다릿심을 좀 보라고.

“접종은 했나요? 의료 보험은요?”

주인은 계속 질문만 해대네. 일단 날 꺼내달라고. 부딪히면서 배우는 거지. 나를 봐. 넘치는 에너지를~ 당신의 삶을 번쩍 깨워줄 준비는 끝났다니까.

“저 강아지 데려갈게요.”

‘야호!’

진심 고마워. 의리가 있네.

가만,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 일단 작은 케이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거, 이미 하늘을 나는 것 같아.

길 위에 굴러다니는 나뭇잎 냄새를 맡고 싶었거든? 약 올리던 얼룩무늬 고양이도 쫓아갈 거야.

창밖 세상은 궁금한 거 투성이야.

“가자.”

주인이 책상에서 사인을 하더니, 종이 몇 장을 들고 나왔어. 끝났다는 거지?

이 기분은 긴장+걱정+기대+흥분+짜릿의 결정체야!

주인의 표정도 나와 비슷한 것 같네. 헤헤. 쉽진 않겠지. 그래도, 잘해 보자고. 우리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