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비를 아깝게 생각한 여자의 책꽂이
사오 년 전쯤부터 책을 열심히 읽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책도 자주 사게 된다. 작가님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사게 된다. 섬이라는 제한적인 장소에 살다 보니 오픈 매장을 가서 책을 사는 것도 핑계의 하나이다. 사실 책이 갑자기 더 늘어난 이유에는 필요한 책을 산 것도 이유이지만 택배비도 한 몫했다. 2019년 4월에 천사대교가 생기면서 내가 사는 육지와 연육이 되었다. 그래서 섬 아닌 섬이 되었다. 바다에 다리가 놓이기 전엔 물론 배를 타고 드나들었다. 배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자연에 순응해야 하는 삶이다. 며칠 후면 설이다. 오늘 핸드폰엔 몇 차례의 안전 안내 문자가 왔다.
여객선 통젝 예상되니 미리 성묘를 하라는 문자와 폭설에 대비하라는 문자이다. 다리가 연결되기 전 명절을 앞두고 도시에서 내려온 자녀들이 풍랑에 배가 뜨지 않아 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항구에서 차례를 지내고 고향 방향으로 절을 하고 다시 발길을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직도 연육 되지 않는 섬들은 지금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내가 사는 곳은 천사대교로 언제든 드나들 수 있어 도시로의 외출이 자유로워졌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다시 이야기해 보자.
이러저러한 이유로 알라디 중고서점을 주로 이용하는 나는 필요한 책이 생기거나 추천해 주는 책이 있으면 얼른 알라딘에 접속한다. 핸드폰 맨 첫 화면에 지니의 램프가 떠있다.
책을 정가의 30%에서 많게는 90% 이상 할인을 한다. 그래서 어떤 책들은 300원 짜리도 있다. 간혹 귀한 책은 오히려 제 몸값보다 10배 20배 높은 가격을 달고 있는 책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주로 구입하는 책들은 대폭 할인된 책들이다.
원하는 책의 이름을 검색한다. 그리고 작가소개와 목차를 쓱 훑어본다. 더 정성스럽게 챙겨 읽는 것은 사실 책소개보다 댓글이다. 책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댓글과 별의 개수를 살펴본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평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란 별이 다섯 개 반짝거리는 책은 아직 읽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이라고 판단을 내린다. 물론 이 방법은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한다
별 다섯 개가 은하수처럼 여기 저지서 반짝거리다가 가끔 먹구름에 가려진 별처럼 하나 혹은 두 개의 별이 나올 때가 있다. 역시 얼른 클릭을 해서 왜 별이 어두운지 읽어본다. 딱 하나라면 무시하지만 어두운 별이 서너 개 되면 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꼭 필요한 책은 반짝거리는 별이 없더라도 사야 한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책은 별의 개수가 내 마음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처음엔 종합으로 책을 훑었다. 책을 많이 가진 셀러의 책장은 10페이지가 넘어가기도 한다. 책을 사는 시간보다 고르는 시간이 더 걸린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장르별로 책을 본다. 어떤 날은 수필을 어떤 날은 자기 계발 또 어떤 날은 소설위주로 책을 고른다. 가끔은 최저가로 해서 좀 오래되고 잘 팔리지 않아 가격이 저렴한 책을 먼저 장바구니에 담기도 한다.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품절된 책만 해도 177권이다. 이것도 그나마 좀 지우고 남은 것이다.
품절되지 않은 채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책이 99+ 로 표시된다.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사지도 않을 책들을 왜 이렇게 장바구니가 터지도록 담아 놓은 걸까?
얼마나 책을 많이 사서 골드 회원의 자격까지 얻은 것일까?
새로 나온 책들은 만 오천 원이상 이면 무료배송이다. 일반 셀러들이 파는 책들은 판매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삼만 원 이상일 때 무료배송이다. 어떤 날은 내가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 천 원이 안 된 때도 있다. 책은 몇 백 원인데 택배비는 삼천 원~ 삼천오백원정도 한다. 왠지 억울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도 우리 집이 아닌 이웃 섬의 가게로 주문했을 때 가격이다. 우리 집까지는 꼭 도선료가 더 붙는다. 책을 천 원 택배비는 육천 원. 만 몇천 원짜리 책을 몇 천 혹은 몇 백 원에 싸게 산 것은 이미 안드로메다이고 나는 그저 택배빅 아깝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내는 요금이라면 책이라도 몇 권 더 사서 택배비를 아끼자 하는 마음이 앞서는 것이다.
그렇게 고르다 보면 어떤 날은 대여섯 권의 책값이 고작 만몇천 원이 될 때가 있다. 괜히 신난다. 물론 도선비를 내지 않기 위해 지인의 가게 주소로 책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읽지 못하고 장식용으로 꽂혀있는 책들이 많다. 그런데 나처럼 읽지도 못하면서 책욕심을 부리는 분이 많다는 이야기에 조금 위안을 삼아 본다. 바람이 있다면 나의 책꽂이가 섬사람들의 도서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독서모임을 해보려 애를 써봤다. 실지로 운영도 해보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 농사짓는 일을 하다 보니 새벽 일찍 일어나 밭으로 들로 나가야 했다. 저녁엔 다음날을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결굴 농한기동안 간신히 하다가 끝나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섬마을에서의 독서모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올해는 장식처럼 꽂혀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펼쳐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
미안하다. 먼지만 뽀얗게 쌓이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