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연히 알게된 디카시를 가끔 씁니다.
디카시는 디지털 카메라와 시의 합성어입니다.
딱 20년전에 우리나라 고성에서 발원한 K-문학이자 생활 문학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 디카시 지부가 있고 해외 공모전도 진행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성뿐 아니라 각 지자체와 각종 문화제때 공모전도 많이 있습니다.
사진시와는 구별되는 디카시는
찰라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5줄 이내의 시로 표현합니다.
떄로는 시가 사진을 때로는 사진이 시를 돕습니다.
치유/배선숙
나만 아픈 줄 알았다.
내 안의 고뇌와 흉터
네가 품고 있었구나.
하루 두 번 하늘과 마주하는
치유의 시간
흑백 사진처럼 보이지만 뻘밭 그대로의 사진입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신안의 뻘밭
하루 두 번 뻘바닥을 드러냅니다.
바닷물 속에 잠겨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뻘 바닥에는
갯골도 흐르고 칠게ᆞ낙지ᆞ고동 등이 파놓은 구멍들 그리고 굴쩍과 살아있는 굴들이 드러납니다.
그 모습이 마치 흉터처럼 보였습니다.
구불구불한 갯골은 세월 따라 그려진 깊은 주름처럼 보입니다.
울퉁불퉁한 갯바닥의 모습이 제 모습인 양 느껴집니다.
하루 두 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낮에는 햇볕에 밤에는 달빛과 별빛에 치유받는 갯벌
때로는 고동이 기어 다니며 간지럼도 태워주고
잿빛칠게가 부끄러운 듯 옆으로 걸으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갯벌
어쩌면 상처처럼, 흉터처럼 보이는 모습은
사실 사랑의 흔적이고
치유의 흔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제 모습 그대로 드러낸 갯벌은 겨울 짧은 해에
몸을 맡겨봅니다.
1월 19일 한낮에 찍은 사진이네요.
바닷물이 빠져나간 뻘밭은 계절의 변화와 별 상관없이 늘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늦은 겨울 혹은 이른 봄으로 가는 그 때에 제가 살고 있는 퍼플섬 갯벌엔 초록빛감태가 회색 뻘밭에 색을 입힙니다. 한 낮의 햇살의 받은 감태는 쨍한 초록빛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오래전 이곳 섬 사람들은 감태를 채취해 공부도 시키고 결혼도 시켰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