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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되기까지

1인기업의 일

 보통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조직을 떠난다. 그런데 정신차려보면 하고싶은 일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왜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일일 경우가 많고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은 이전까지 내가 시도해 보지 않았거나 혹은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둔 적이 없는 분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 보지 않은 일로, 타인에게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전한다면 그 일로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저는 디자인을 하고 싶지 않아요. 제 디자인으로 문구를 런칭하고 싶어요.
저는 디자인보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순수미술은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 것 같아 디자인을 전공으로 택했는데 저랑 잘 맞지 않더라고요.


 놀랍게도 내가 만난 상당수의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이 싫어요.’라고 말했다. 깊게 이야기를 나눠보면 디자인이 싫은 게 아니고 ‘외주 디자인 작업’이 싫은 경우가 더 많았지만 말이다.

 혹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꾸 디자인을 의뢰했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그들을 디자이너라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영어 강사보다 학생들에게 진로와 방향을 정해주는 수업을 하고 싶어요.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입시에 필요한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지만 그보다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진로탐색을 돕고 싶다 말하는 이를 종종 만났다. 툭 터놓고 말하자면 진로 교육은 돈이 되질 않는다. 그들에게 진로 강의를 맡겨주는 학교와 기관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받을 수 있는 돈도 매우 적다. 학교에서 정해진 예산은 정해져 있고, 사교육 시장에서 진로 교육에 돈을 기꺼이 쓰는 부모를 만나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니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할 수 없는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는 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벌고 차근차근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나 역시 그렇게 일을 시작했다.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 시장이 매우 작았다. 자신감도 부족했다. 배울 수 있는 기관도 없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공부를 해야 했다. 당연히 그 일로 돈을 버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때를 기다리며 일단 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벌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기로 했다.


 내게 당장 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일,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온라인 마케팅이었다. 수년간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잘 활용했던 내 능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있었고 들은 나에게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다. 그렇게 온라인 마케팅 일로 돈을 벌고 나머지 시간엔 퍼스널 브랜딩을 공부했다. 동시에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퍼스널 브랜딩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이론 말고 실전 경험이 필요한데… 일을 해볼 수 없을까?
나 스스로를 브랜딩 하는 것 말고
타인을 해 주는 경험을 해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회가 찾아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동생이 자신의 친구가 트레이너인데 블로그가 갑자기 방문자수가 확 떨어져서 고민이라며 누나가 혹시 만나줄 수 있느냐 물었다. 친한 동생의 부탁이라 부담없이 그의 친구를 만나러 나갔고 그 자리에서 나는 소위 ‘퍼스널 브랜드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왔다. 물론 예정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그녀에게는 콘텐츠와 열정이 있었다. 다만 온라인과 마케팅 지식이 부족했다. 홈짐 (homegym)과 유튜브가 유행하기 전이었는데 이미 영상 콘텐츠를 찍어 유튜브와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다. 느낌이 딱 왔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이 친구의 활동무대를 넓혀 줄 수 있겠다는 느낌이. 조심스레 제안했다. 온라인 마케팅을 전적으로 맡아서 도와주고 싶다고. 단순히 있는 콘텐츠를 퍼트리는 게 아니라 컨셉을 잡고 함께 기획하고 만들고 알리는 전 과정을 함께 해 볼 수 있냐고 말이다. 그렇게 최초의 퍼스널 브랜딩을 시작하게 되었다.

열심히 일하던 그 시절의 기록


 나는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들었다. 브랜드 컨셉을 잡고,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는 초기 단계에는 정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처음엔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서로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차차 그녀의 채널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수입원이 생기게 되었고 꽤 많은 수익을 내는 상황이 되었는데, 내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일정 퍼센트를 받게 되었다. 브랜딩이 된 이후에 해야 할 업무의 양은 현격히 줄어든다. 덕분에 투입하는 시간 대비 꽤 괜찮은 금액을 벌 수 있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그녀로 인해 ‘퍼스널 브랜딩 디렉터’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나를 원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회사까지 그만뒀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결코 하고싶지 않은 또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굉장히 낙심한 채로 회사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마다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처음엔 당연한 일인데…… 조금만 노력하면, 방법만 알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하는 것 같다. 전직 디자이너에겐 당연히 디자인 의뢰가 들어올 것이다. 전직 마케터에게는 마케팅 일이 들어오는 것이 당연하다. 내 능력이 무엇인지 이미 상대가 알고 있고 그것을 증명할 나의 포트폴리오도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다르다. 아직 시도하기 전이라면 당연히 결과물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일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평생 그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은 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벌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천천히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만드는 데 까지는 응당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 시간을 효과적으로 보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면 어떨까?



김인숙

퍼스널 브랜드 디렉터, 현재 be.star라는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1인기업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 SNS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일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사람을 좋아해 개인에게 적용하는 퍼스널 브랜딩 일에 뛰어들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1인기업'과 '퍼스널 브랜딩'을 제시하고 있다.


 * 개인 블로그 : http://bestarbrand.blog.me/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reamingkis/

 * 유튜브 (뭐해먹고살지?) : http://bit.ly/2Phvn84


브랜드 매니지먼트 be.star

 * 홈페이지 : http://www.bestar.kr

 *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rgram.com/besta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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