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최소생계비, 어떻게든 벌어보자.

1인기업가의 돈

 아르바이트를 하며 교육 프로그램 런칭 준비를 했다. 모집 공지를 올릴 즈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온전히 내 힘으로 시작했던 교육 프로그램, 드림 브랜딩 1기의 금액은 8주 과정에 20만원이었다. 모집 인원은 10명. 10명이 모집이 된다면 8주에 200만원을 버는 셈이었다. 4주, 1달 단위로 쪼개면 하루에 3시간 수업을 진행하고 100만원을 버는 것이다. 물론 3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을 배우러 다니고 고심하는 데 써야 했지만 그럼에도 꽤 괜찮은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몇 년간 꾸준히운영했던 블로그 덕분이었는지, 당시 대학생 커뮤니티에 연재했던 드림 브랜딩이라는 동명의 칼럼 덕분이었는지 모르겠다. 혹은 어썸피플에서 운영하던 오프라인 독서모임 덕이었을지도 모른다. 신기하게도 친구, 대학 후배도 참여하고 싶다 말했다. 그럼 돈을 내지 말라고 했더니 한사코 거절하고 제 값을 지불했다. 그렇게 1기의 정원이 마감되었다.


월세, 교통비, 통신비를 포함해서 딱 100만원만 있어도 굶어 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 무모하게 도전한 덕이었다. 돈을 크게 써 본 적이 없었으니 적어도 불편함을 못 느꼈다. 대학시절, 한달에 30만원 안팎의 돈으로 생활했다. 항상 빠듯하게 살아온 그간의 세월이 오히려 다행이었을까? ‘100만원만 벌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겁 없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만약 수업이 모집이 안되면? 커피숍이든 옷 가게든, 어디든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딱,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돈만 구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기꺼이 도전할 마음이었다.


지금도 프리랜서를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첫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 
그리고 최소한으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돈이 얼마야?”


 대부분의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적은 돈을 말한다. 아직 큰 돈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지의 여부도 매우 중요하다.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금액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인지 아닌지도 영향을 준다.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영상 편집일을 주로 하는 한 친구는 한 달에 1-2번밖에 외출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경우, 교통비는 1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강사를 하는 친구는 이동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대중교통보다 차를 끌고 다니는 게 훨씬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주유비 뿐 아니라 주차료도 계산해야 한다. 급격히 최소 비용이 늘어난다. 과거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이라면 이미 씀씀이가 커져 있는 경우가 많다. 큰 돈을 벌지 않더라도 작은 여유가 생기면 생활에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기 마련이다. 6000원짜리 밥을 먹다가 어느새 1만원짜리 식사가 아무렇지도 않아지는 것처럼. 기존에 붓던 적금, 부모님께 드리던 용돈이 걸릴 수 있다.


 퇴사 직후에는 모아둔 월급, 퇴직금, 혹은 실업급여 등의 목돈이 생겨 흥청망청 써버리는 경우가 많다. 힘들게 일했으니 해외여행 한번 다녀오고, 친구들을 만나 실컷 놀다가 불안한 마음에 해 볼만한 일을 기웃거리며 교육비로 탕진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통장의 잔고가 줄어들수록 불안감이 커지기 마련이고, 조급한 마음에 이성적인 판단 없이 무작정 몇 백만원의 창업과정을 듣고 난 후 후회하는 경우를 여럿 보았다.


 퇴사 후 찾아오는 분들에게도 꼭 당부한다. 최저 생계비를 계산하고 돈을 나눠서 사용하라고 말이다. 아예 없던 사람보다 있던 잔고가 줄어드는 것을 보는 사람이 훨씬 더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를 정했다면, 그것 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꼭 좋아하는 일로 이 돈을 벌어야 할 필요는 없다. 생계유지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도전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말도 안되는 사치고, 고집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다. 다만, 가급적 관련성 있는 일을 했으면 한다.


  A는 사진을 찍고 싶어했다. 영상을 다룰 줄 알기에 영상일을 병행하면 어떻겠냐고 권했다. 그쪽이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영상은 안 하고 싶다고 했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한지 1년이 지난 즈음에 물어보니 대부분의 수익은 영상으로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 돈으로 좋은 카메라를 구입하고 원하는 사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언젠가 영상보다 사진으로 더 큰 돈을 버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B는 메시지가 있는 교육을 하고 싶다 말했다. 그렇지 않은 강의에는 매력을 못 느꼈다. 하지만 최소생계비를 벌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강의는 모두 다 했다. 어느새 메시지가 없어도 충분히 강의가 즐겁다는 사실을 느꼈다는 말을 했다.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연관성 있는 경험을 하다보면 의외의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C는 전업 유튜버에 도전했다. 하지만 최소생계비를 벌기 위해 영상 편집 외주를 병행한다. 다행히 영상을 편집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 유튜버로 성공하겠다고, 당장의 수익이 없는데 자신의 영상 만들기에만 집중하기보다 이렇게 돈을 벌어가면서 자신의 꿈을 좇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나도 초기에 최소생계비를 벌기 위해 건당 2~8만원 하는 광고 모니터링 알바를 종종 했다. 학교에서 소셜 마케팅을 알려주신 대표님이 연결 해 주셔서 기업의 공식 블로그를 이전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기존의 블로그에서 새로운 블로그로 옮기는 단순한 작업이었는데, 하루 종일 수십개의 글을 예쁘게 복사, 붙여넣기하는 게 생각보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2주간 매일 출근해서 풀타임으로 일을 했다. 제 때 아르바이트 비를 주지 않아 곤란했던 기억이 난다. 월세를 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는데 돈을 주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며 담당자를 재촉했었다. 역시, 사람이 급하면 못할 게 없구나 생각했다. 절대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빨리 돈을 달라고 여러 차례 채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한의 생계유지비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를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어느새 눈덩어리처럼 커져버린 이 금액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수입원을 만들어 두었다. 나는 이를 기업에서 받는 돈으로 해결하고 있다. 즉, 추가적인 업무를 전혀 하지 않더라도 정해진 기업과의 일만 하면 사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다. 100% 내가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종류의 일을 꾸준히 만들어 온 덕분에  하고 싶은 일에 꾸준히 도전할 수 있었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꼭 미리 생각해보자. 내가 불안해하지 않을, 살기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은 얼마이며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말이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일에 도전할 여유도 생길 테니 말이다.



김인숙

퍼스널 브랜드 디렉터, 현재 be.star라는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1인기업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 SNS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일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사람을 좋아해 개인에게 적용하는 퍼스널 브랜딩 일에 뛰어들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1인기업'과 '퍼스널 브랜딩'을 제시하고 있다.


 * 개인 블로그 : http://bestarbrand.blog.me/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reamingkis/

 * 유튜브 (뭐해먹고살지?) : http://bit.ly/2Phvn84


브랜드 매니지먼트 be.star

 * 홈페이지 : http://www.bestar.kr

 *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rgram.com/bestar.kr 


이전 10화 세상에 공짜는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