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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May 04. 2019

실패하고 넘어져도 일어서는 우리의 인생에 대해

편혜영 단편소설 "우리와 가까운 곳에"





1. 우리와 가까운 곳에 늘 찌질하고 서툴게 살아가는 나와 이웃들...         


   편혜영 작가의 "우리와 가까운 곳에"는 리디북스에서 이북으로 독점 공개된 단편 소설입니다. 금방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짧응게.. 역시나 편혜영스러운 소설이었습니다. (보통 딱히 뭐라고 설명하기 애매하고 어려울 때 "작가이름+스럽다"라고 퉁치고 얼렁뚱땅 넘어가곤 합니다만...)                                                


   이번에도 그냥 "편혜영스럽다"라며 어물쩍 넘어가자니 뒤통수가 살짝 간질간질 하면서 괜한 자책감과 민망함이 밀려옵니다. 그리하여 남의 눈치는 안보지만 세상 퓨어하고 험블하면서 유니세프스러운 저는 편혜영스러움에 대해 조금 더 풀어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나는 결혼한 가장입니다만 아내와 친구들 사이에서 잘 지내지 못하고 진상 짓까지 해서 민폐를 끼치기만 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고 주사로 주변 사람들을 빡치게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젖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아내와 친구들 사이에 끼이면 모두들 나의 눈치를 보며 편하게 대하지 못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부드럽게 행동하지도 못하는 찌질하고 모자란 부분이 있는 닝겐인 것입니다. 이 와중에 아내와 아내 친구의 관계를 의심하고 급기야 심부름센터 같은 곳에 뒷조사까지 시키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를 하고 보니 아내는 깨끗합니다. 단지 일을 열심히 하고 집에 들어오기 싫어 시간을 죽이는 행동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늘 그렇지만 문제는 "나"입니다. 내가 죽일 놈입니다. 크흙... 


   이런 느낌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왓 더? 뭐라는 거야?라고 화가 나는 분들은 직접 읽으세요. 늘 하는 소리지만 짧은 소설입니다. 그냥 읽어보세요.


   그래서 어디가 편혜영스럽느냐 하면 이런 식입니다. 주인공이 바보짓하고 찌질하고 실수하고, 잘못을 범하고 가정생활도, 사회생활도 엉망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그다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못 하고 남 탓을 합니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스타일이지요. 누구를 떠올리기 전에 내가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그렇게 결함을 안은 채 살아갑니다. 문제는 많지만 살아가는 것이지요. 이런 식의 등장인물과 전개, 흐름, 주제의식 등이 편혜영스럽다는 것입니다. 유노 아임 새잉?                                                 

    






2. 그럼에도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솔직히 드럽게 부러운 인생들이 제법 있지 않습니까? 생각해보면 잘 안 풀리고 정답도 없는 우리의 인생. 어떻게 될 것도 같은데 돌아보면 해놓은 건 개뿔도 없고, 미래는 암울하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거 참 먹고살기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현실을 돌아보면 우울하고 찌질한 마음뿐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안 살 수도 없지요. 애초에 내가 손들고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사는 것조차 내 맘대로 안되니 이거 참 억울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살다 보니 또 잘 풀리는 사람들도 있고, 살만해서 자족하는 알흠다운 영혼의 소유자들도 상당히 많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어딘가 모를 울화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주변에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인생은 생긴 대로 안 풀리면 안 풀리는 대로, 아프면 또 아픈 데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는 것이 죽기보다 힘들다는 말도 있지만 대부분은 죽는 게 사는 것보다 힘듭니다. 사는 것은 어쨌거나 하고 있는 일이지만 죽는 것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또 꾸역꾸역 살아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나는 쓸데없이 찌질한 행동을 누적해왔음에도 그래도 뭔가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보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 인물입니다. 넘어지고 엉망인 상황으로 소설이 끝나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어떻게든 다시 딛고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소설의 말미에 보여준 삶에 대한 의지 때문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현실이 만족스럽고 아름다운가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희망과 꿈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아이고 참 말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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